"사람부터 살리자"..열흘 굶은 절도범, 사비 털어 영양제까지 놔준 경찰

파이낸셜뉴스       2025.10.28 08:20   수정 : 2025.10.28 14: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50대가 굶주림 끝에 식료품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했으나, 처벌 대신 도움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편의점에서 식료품 5만원 훔쳐 달아난 50대


28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2시 30분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편의점에서 A씨(50대)가 5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쳐 달아났다.

A씨는 당시 편의점에 들어가 김밥·피자·치킨·담배 등 4만9000원어치를 챙긴 뒤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이 거절하자 옷 속에 숨기고 있던 과도를 보이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검거 당시 야윈 모습에.. 경찰들 죽 사먹인 뒤 병원 데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은 편의점과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 화면 분석을 통해 지난 25일 오전 편의점 인근 원룸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심하게 야윈 상태로, 형사들이 부축하자 그대로 주저앉을 만큼 기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경찰서로 연행하지 않고 죽을 사 먹인 뒤 병원으로 데려가 영양 수액을 맞게 했다.

청원경찰서 형사과장은 “당시 A씨는 대여섯평 남짓한 원룸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야윈 상태였다"며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죽을 사 먹인 뒤 병원에서 치료하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에 "열흘 넘게 굶었다.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 들어갔지만,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일용직 일 끊기면서 극심한 생활고... 불구속 수사키로


조사결과 일용직 근로자였던 그는 지난 7월부터 일이 끊기면서 수개월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3만 원가량이 입금된 계좌마저도 압류된 상태였다.

경찰은 달걀·즉석밥·라면 등 식료품 5만여원가량을 구매해 A씨 손에 쥐여 주고 귀가시켰다.

경찰은 A씨를 준특수강도 혐의로 구속 수사하려 했으나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했다.

이후 경찰은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구제 방안을 문의, A씨가 기초수급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대상자 선정 심사를 받는 3개월 동안 A씨는 매달 76만원의 임시 생계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일단 A씨 진술이어서 모두 믿을 순 없지만, 형편이 어렵고 딱해 일단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범행 관련 수사는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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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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