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세협상 '노딜' 배수진 쳤다..'톱다운' 타결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       2025.10.28 12:57   수정 : 2025.10.28 13: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정부가 첨예하게 갈등중인 한미 관세협상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는 배수진을 쳤다. 당초 목표였던 APEC 계기로 관세협상 포괄 타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29일 한미정상회담 직전까지 양국간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서 APEC 기간에 노딜(협상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따라 협상을 APEC 이후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최국 의장직을 맡고 있는 APEC의 성공적 개최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관세협상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 정상간 '톱 다운' 방식의 극적 타결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승부사 기질이 뚜렷해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진 보고와 비공식 내부 회의를 잇따라 개최했다. 매주 화요일 주재해온 국무회의도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한미 정상회담 및 APEC 정상회의 준비에 집중했다.

또한 정부는 이날 일본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도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미일 양국은 갈등을 빚어왔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 측 요구를 일본이 어느 정도 수용할지 등도 우리 정부의 안보 관련 대미 협상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후 지난 27일 일본을 방문했다. 미일 정상회담 등 2박 3일 일정을 마친 뒤 29일 방한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인 동맹국인 일본·유럽연합(EU)과 비교해 과도한 관세 적용의 부당함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설득할지도 관심사다.

관세·투자·안보를 한꺼번에 묶는 패키지 협상이 무산되면 이미 조율이 끝난 안보 분야만 타결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패키지 협상 타결 불발시 APEC 이후로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협상 지연이 반드시 실패는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APEC 계기에 '노딜' 가능성도 암시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면서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가 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이번(APEC 정상회의)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세 협상은 이번에 타결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우리가 주최하는 APEC 성공이 최우선 목표"라며 "국익 우선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APEC 이후로 협상이 연장되면 연말까지 이어지는 장기 교착 국면도 우려된다.

한미 관세 협상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상호관세 인하(한국산 제품 관세 25%→15%)라는 큰 틀의 잠정 합의 뒤, 세부 내용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직접 현금 투자하는 비율을 대폭 높이길 요구하고, 투자처 선정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직접투자 비중을 5% 안팎으로 최소화해 대부분을 '보증·대출' 같은 펀드 방식으로 하며, 투자처 선정이나 배당 기준에도 한국 안을 반영하려 한다.

직접 투자액 3500억 달러라는 규모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약 83%에 달해, 단기 현금 투자시 외환시장 혼란 및 경제 충격을 우려가 된다.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도입을 요구했지만 미국측이 동의하지 않았다.
추가협상안으로 연간 250억달러씩 8년간 지불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타결되지 못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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