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승이 쏘아올린 ‘기부채납 전세 피해’…법조계 “사실상 구제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2025.10.28 15:48   수정 : 2025.10.28 18:21기사원문
“지자체 고지 의무 입증 어려워…사업자 책임만 남는 구조적 한계”



[파이낸셜뉴스] 유명 헬스트레이너 양치승씨가 기부채납(민간이 개발 후 국가에 귀속되는 공공시설) 관련 전세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 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법적 보호는 받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부채납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3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공 민자시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공공 부지 위에 지어진 상업용 건물에 헬스장을 개업했는데, 이 건물은 민간 사업자가 20년간 사용한 뒤 강남구청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시설이었다.

양씨는 계약 당시 건물이 장차 강남구청 소유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업자가 임대 계약을 종료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오히려 공유재산 무단 점유 혐의로 고발당했다. 2022년 강남구청의 퇴거 명령으로 약 3억5000만원의 보증금과 10억원의 시설비 피해를 입은 양씨는 시행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제기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구제의 길이 막혔다.

법원도 양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강남구가 양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상고이유가 법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심리 없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했다. 이로써 "양씨가 강남구에 헬스장이 위치한 건물의 지하 1층과 2층을 인도하라"는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양씨가 강남구 소유 건물인지 모르고 계약했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강남구의 건물 인도 요구를 저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부채납 건물임을 고지할 책임은 강남구가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있다”며 “민간투자사업의 성격상 사업시행자가 대외적 거래 주체가 돼 영업상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또 양씨에게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건물 등기부를 발급받아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씨 측은 상가임대차법상 계약갱신 보호를 주장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재산인 이 사건 건물에 대해선 상가임대차법상 계약갱신에 대한 임차인의 기대를 보호할 필요성보다 이 사건 건물이 행정자산으로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게 운용돼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세선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가 많진 않지만, 기존 민간투자사업자가 보증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으면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채납으로 특정일까지 소유권이 지자체에 넘어갈지 개인이 알아보는 건 현재 쉽지 않다”며 “계약 시점 기부채납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진다면 등기부에 등기하도록 명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인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강남구는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아니고, 해당 건물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서도 “상대방과 임대차 계약체결 시 사용기간 만료까지 몇 년 남았는지 명시하도록 의무조항을 넣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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