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울증 상태에서의 충동적 자살행위, 보험금 지급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5:13
수정 : 2025.11.03 15: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가 아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계약서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을 경우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5년 후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지급을 거절당했다. A씨가 당시 만취상태였긴 하지만, 자살 도구를 직접 준비한 사실을 고려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족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고, 형제와 소송전을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들과 소송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실이 직장 등에 알려질까 불안해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고 발생 전 원가족과 소송전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한 채로 술을 마셨다"며 "당시 망인의 폭력적인 행동은 음주 후 충동조절이 안되는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다른 충동적 행위를 할 위험도 높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태에서 불안과 후회, 절망감 등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자살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에서 숙고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김영민 변호사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정도 및 당시 주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만성 정신질환과 알코올 복용량, 당시 주위 상황으로 인한 감정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리분별 능력이 상실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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