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아 무역협정에 '중국 겨냥 독소조항' 삽입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5.11.07 10:52   수정 : 2025.11.07 10:52기사원문
말레이·캄보디아와 체결한 협정에 "美 이익 위협시 협정 종료 가능" 문구 포함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최근 동남아 일부 국가와 체결한 무역협정에 중국 견제를 겨냥한 이른바 ‘독소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이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 맺은 무역협정에는 “상대국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나 안보를 위협하는 경쟁 협정을 체결할 경우, 해당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이는 상대국이 제3국, 특히 중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어 미국에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항이 통상 협정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며 무역정책이 외교·안보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FT는 “중국이 동남아 국가를 경유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의 협정에는 미국의 경제 제재 및 각종 제한조치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문구도 포함돼 있어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loyalty test)’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조항은 미국 또는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 구조를 동남아 국가들에 강요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콘퍼런스 보드’의 마리아 데메르치스 경제전략센터장은 FT 인터뷰에서 “이 조항은 다자주의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 행위”라며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안보 블록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의 조항이 2020년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포함된 유사 규정보다 훨씬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USMCA는 발동 요건이 명확히 정의돼 있었지만 이번 동남아 협정은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주권 훼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야당은 “미국의 통상정책이 경제협력의 이름으로 외교정책을 강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당 조항은 미국이 결정을 강요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해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와의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으로 두 국가는 미국 수출품의 관세율이 최대 49%에서 19%로 인하되는 혜택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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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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