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급진적 추진은 사회 갈등·혼란 키울 것

파이낸셜뉴스       2025.11.07 15:36   수정 : 2025.11.07 15: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7개월째 뚜렷한 진전은 없다. 노동계는 연내 입법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부작용을 고려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행 63세에서 65세로 올라가는 2033년에 맞춰 법정 정년도 65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노후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정년연장의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기대한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용 총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 이후 3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청년 취업난이 정년 연장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과거 임금체계 조정 없이 법정 정년을 60세로 상향했을 때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가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 없이는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기업 부담도 주요 쟁점이다. 현행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서는 정년 연장 시 인건비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우려다. 재계의 추산에 따르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고령 근로자 고용 유지에 따른 비용이 연간 3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한다. 사업장 규모와 여건에 따라 임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임금 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점진적 조정으로 제도를 연착륙시킨 사례도 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12년에 걸쳐 3년마다 정년을 한살씩 단계적으로 높였다. 또한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제도도 병행했다.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단계적으로 흡수한 것이다.

노동계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정년 연장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민주노총을 찾아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국정 과제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 일정에 따라 속도를 앞당기는 급진적 추진은 사회적 혼란을 키울 수 있다. 정년 연장은 노동계뿐 아니라 기업과 청년층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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