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인도 '세계의 공장'으로 뜬다
파이낸셜뉴스
2025.11.09 17:52
수정 : 2025.11.09 17:51기사원문
인도 GDP 3년간 8% 성장률 유지
FDI유치 늘며 전략적 입지로 부상
한국·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인도 생산·수출 거점 확대 본격화
현대차, 2030년까지 50억弗 투자
年 생산능력 100만대 확대 목표로
삼성·LG 등 전자업계도 현지 공략
중동·남아시아 수출허브 도약 비전
"인도는 이제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중심에 있습니다."(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
"인도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시장입니다.
세계 제조업의 무게중심이 중국에서 인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기업 외에도 일본의 도요타·혼다·스즈키, 대만의 폭스콘 등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이 잇달아 인도 내 신규 생산·투자 거점을 확충하면서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공급망 지도 변하고 있다. 중국은 인건비 상승과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세계 최대 14억 인구의 내수시장과 제조업 인센티브를 갖춘 인도가 새로운 '세계의 생산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韓日 대표 자동차 기업 대규모 투자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등 국내업체와 일본의 토요타, 혼다, 스즈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들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 내 생산·수출 거점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인도 시장을 놓고 일본 기업과 경쟁 중인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 증시 상장 이후 인도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는 현대차는 2030년까지 약 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인도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혔다.
현대차에 따르면 투자금 중 약 60%은 연구·개발(R&D)에, 나머지는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업그레이드에 투입될 예정이다.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액을 집중한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등을 인수·확장하며 연간 생산능력을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아도 인도 시장에서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구축 중이며, 인도 내 전기차 생산 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인도 시장을 선점한 일본 자동차 업계의 공격적 투자는 더욱 거세다. 토요타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새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서 운영하고 있는 남부 공장의 시설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연간 100만대 이상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브리드 부품의 현지화와 자동차 판매 침투율이 적은 농촌 판매망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혼다는 인도를 '제로 시리즈' 전기차(EV)의 생산·수출기지로 점찍었다. 2027년부터 인도에서 생산된 모델을 일본 및 아시아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스즈키는 향후 5~6년간 약 80억달러(약 11조6632억원)를 투자해 인도 구자라트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인도를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동남아·중동 등 다른 신흥 시장과 달리 중국 기업에 대한 문턱이 높다"면서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 우수한 공학 인재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까지 감안하면 인도는 제조업계에 너무도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한국·대만 전자업체 인도 시장 집중
전자업계도 인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약 6억달러(약 8747억원) 규모의 제3가전공장을 지난 5월 착공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연간 수백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인도를 중동·남아시아 수출허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전장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하만도 지난달 인도 푸네 공장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 인도를 첨단 자동차 전장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점찍었다. 하만은 34억5000만루피(약 560억원)를 추가 투자해 차세대 텔레매틱스 및 커넥티비티 프로그램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애플 아이폰의 주요 협력사인 대만의 폭스콘 역시 인도 내 아이폰 조립라인 확대, 전기차 부품 생산시설 신설, 반도체 패키징 투자 등을 통해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인도로 생산 거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폭스콘은 인도 자회사인 유잔 테크놀로지 인디아로에 약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애플이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가운데 이런 투자가 이뤄졌다며 인도 내 아이폰 생산을 늘리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4억 인구 시장+인센티브+수출거점
인도는 최근 3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8% 수준을 유지하며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디 정부는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제도 및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전자 업계 전반에서 중국 내 인건비 상승, 규제 강화,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인도로의 전략적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생산·소비·수출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대체지가 바로 인도"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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