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뭐냐" 김장 때마다 머슴처럼 부려 먹는 장인·장모
파이낸셜뉴스
2025.11.10 12:49
수정 : 2025.11.10 13: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년 김장 때마다 장인과 장모에게 동원돼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40대 남성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가 되면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진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7년 전 아내의 혼전 임신으로 결혼했다.
A 씨 부부는 평소 유치원이나 돌봄 이모의 도움을 받지만, 급한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처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감사의 의미로 20만 원을 건넸으나, 장모는 "내가 손자한테 사 먹이는 간식, 밥 그리고 사주는 장난감까지 합치면 이거에 3배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김장철이 되면 매년 장모의 호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에 거주하는 장인과 장모는 매년 직접 김치를 담그는데, 그때마다 "이번 주말에 김장하자. 자네가 아들 같아서 부탁한다"며 A 씨를 불러 일을 시켰다고 한다.
새벽부터 김장 동원…식사는 수육 아닌 치킨
장모는 동네 친지들에게 나눠준다며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갔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아내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집 안에 있는 동안, 그는 새벽부터 혼자 고무통과 고춧가루 포대, 배추 등을 날랐다. 김치를 담그는 것은 장모가 했지만, 김장이 끝난 후 대야와 고무통 세척, 바닥 물청소 등 모든 뒷정리는 A 씨의 몫이었다.
A 씨에게 식사로 제공된 것은 김장 후 먹는 수육이 아닌 치킨이었다. A 씨가 "저희 밥은 언제 먹냐"고 묻자 장모는 "치킨 시켜서 지금 다들 먹고 있다. 자네도 빨리 안 오면 닭 다리는 없네"라고 답했다.
또한, 술에 취한 장인은 A 씨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요구했고, A 씨가 노래를 부르자 "너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그는 하루 종일 김장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들이 놓고 온 장난감을 가지러 다시 처가를 방문했다. 연락 없이 찾아온 A 씨를 본 장모는 당황하며 "장난감 내가 찾아줄게. 여기서 기다려.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A 씨가 안을 들여다보자 이혼 후 혼자 사는 아내의 오빠가 와 있었다. 식탁 위에는 A 씨가 담근 김치와 수육이 차려져 있었다. 또한 A 씨는 처남이 입고 있는 옷이 자신이 장인에게 선물했던 고가의 브랜드 셔츠인 것을 발견했다.
A 씨는 "이걸 보고도 너무나 황당했는데 더 서운하고 화나는 점은 나에게만 아끼는 기색을 보인다는 거다. 함께 외식하거나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면 결제할 때마다 꼭 뒤로 물러서면서 '애들 돌보느라 돈이 없네'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이트 링크만 보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A 씨가 그간의 감정을 이야기하자 장인과 장모는 "겨우 수육 때문에 그러냐. 이게 그렇게 따질 일이냐"라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아내 중재와 장인·장모 배려 필요"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김장이 문제는 아니다. 서로 배려와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제일 문제는 사위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자존감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거다. 아내는 중재를 안 하고 있고, 장인 장모님은 배려를 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오해와 상처가 커질 수 있고 이러다 보면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장인, 장모가 나쁘신 분들이 아니다. 아기들을 다 봐주시는데 사실 용돈 20만 원은 조금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김장도 그렇고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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