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하드웨어 넘어 소프트웨어도 통했다
파이낸셜뉴스
2025.11.19 06:29
수정 : 2025.11.19 06:29기사원문
HD현대 아비커스, 'K자율항해' 유럽 수출 청신호
국내 파일럿 검증끝나..유럽 복수 선사 도입 검토
'넷제로 프레임워크' 도입 앞두고 연료비 감소 솔루션 부각
[파이낸셜뉴스] K조선의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도 글로벌에서 통했다. HD현대 자회사 '아비커스'의 'K자율항해' 솔루션이 유럽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다. 복수의 유럽 선사들은 이 솔루션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국내 선사들의 선대에서 진행한 파일럿 검증에서 호평을 받은 것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유럽 선사들은 글로벌 톱티어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한 만큼 외부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풍토를 가지고 있다. 선장의 운항 방식에 따라 연료 사용량이 다르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자율항해라는 시스템으로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낯선 기술이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7월 HMM이 운항하는 선박 2척에 시스템을 설치한 후 설치하지 않은 선박 대비 실제로 4~6% 정도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선사들에게 제시했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가스텍 2025'에서 미국 선급협회(ABS), 세계 최대 선박등록 기관인 라이베리아 기국(Liberian Registry)으로부터 아비커스가 '하이나스(HiNAS) 컨트롤'에 대한 주요 규정 준수 선언문(SOC) 및 기본승인서(AiP)를 획득한 것도 글로벌 공신력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해운, 에이치라인, 현대글로비스 등에 선대 단위로 아비커스의 자율항해 솔루션을 도입해 6개월~1년의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연료절감 효과를 검증했다"며 "자율항해 관련 인지, 판단, 제어 모두 가능한 상용제품은 아비커스가 유일한 상황이다. 선대단위에서 20만마일의 경험 중 약 5% 연료절감을 했다"고 밝혔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컨트롤은 각종 항해 장비, 센서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융합해 선박이 최적 항로 및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 기준 중 2단계(일부 원격제어)에 해당된다. 최적 항로를 알려주는 만큼 하이나스 컨트롤이 도입된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NZF)’가 채택을 앞두고 있는 것도 선사들이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이 솔루션을 매력적으로 보는 부분이다.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에 돛을 다는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WAPS)을 장착해서라도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자율운항 선박 기술은 노르웨이 콩스버그, 영국 롤스로이스 마린 등 유럽이 주도했다. 아비커스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되지만, 수주 실적을 쌓으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2020년 아비커스를 출범했다. 인력 부족과 AI 발달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자율운항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일찌감치 차지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2030년 33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선박 솔루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과거 HD현대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 참가했을 당시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3대 혁신 기술에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을 가장 먼저 언급한 바 있다.
아비커스에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HD현대는 아비커스가 출범한 뒤 매년 실시한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해 2024년 말 누적 570억원을 출자했다. 최근 이사회에서는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HD현대의 출자 총액은 700억원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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