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이미 비대면 진료를 선택했다

파이낸셜뉴스       2025.11.18 18:07   수정 : 2025.11.18 18:07기사원문



지난 주말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오전 9시 접수에 오후 2시가 돼서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출근 문제로 결국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비대면진료가 일상 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팬데믹 시기 수백만명이 경험했던 편의성과 효율성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만족도는 97%. '매우 만족'은 60%를 넘는다. 시간 절약(95.7%), 의료접근성 개선(94.5%), 진료포기 문제 해결(93.5%)은 환자들이 체감한 실질적 변화다. 비대면진료가 이미 국민의 '선택된 서비스'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한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의료대란 시기 시범사업 형태로 간신히 유지돼 왔다. 정부와 여야 모두 법제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약 배송, 면책조항, 조제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하다.

비대면진료 산업 현장에서는 "제도는 멈춰 있는데, 국민의 사용은 이미 시작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약 수령 문제다. 이용자의 66%가 "약국에 직접 전화해 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이 약국 이동과 대기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진료는 비대면인데 조제는 아날로그 방식에 묶여 있는 구조다.

비대면진료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불안을 제거하는 제도적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작 환자·의사·기업의 요구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책임·보상 기준 명확화, 처방전 전송체계 개선, 합리적 수가, '일관된 제도 운영'을 원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합의는 어려워도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비대면진료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문제다. 이미 국민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경험했고, 의료진도 새로운 진료 방식의 장점을 확인했다. 플랫폼 기업들 또한 무리한 확장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환경' '환자가 불편하지 않은 구조'라는 기본을 요구하고 있다.

법제화가 다가오고 있다.
진정한 과제는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동시에 보장할 것이냐다. 비대면진료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그 흐름을 제도라는 그릇 속에 제대로 담아낼 차례다.

vrdw88@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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