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야 한다며 1억원 '꿀꺽'...불법서버 대여하던 상습 도박자의 최후

파이낸셜뉴스       2025.11.22 07:00   수정 : 2025.11.22 07:00기사원문
法 "편취금 중 상당 부분 도박자금 사용 가능성...엄정한 처벌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비상전원 배터리 시스템 구매를 명목으로 지인에게 1억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이중민 부장판사)은 지난달 16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40)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홍씨는 비상전원 배터리 시스템을 살 돈이 필요하다며 지인을 속여 1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홍씨가 지인이 운영하던 매장에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매장에서 만난 사건 피해자 A씨에게 "일본에서 서버 관리 관련 일을 하는데 정전이 잦아 비상전원 배터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3개월 내에 원금을 갚고, 매달 이자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설명은 그럴듯했지만 실제 사업 내용은 전혀 달랐다. 홍씨가 일본에서 하던 일은 불법 인터넷 도박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서버 대여로, 해당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도박자금으로 사용됐다.

홍씨는 과거 해외에서 여러 차례 도박을 반복한 전력도 있었다. 2013년 마카오에서는 수천만원 상당의 칩을 빌려 '바카라'를 수백차례 진행했고, 이번 사건 투자금 수취 당시에도 필리핀 등 해외를 오가며 도박을 한 사실도 파악됐다.

홍씨 측은 "사건 대여금을 빌릴 당시 일본에서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에 서버를 대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기에 해당 수익으로 원리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홍씨가 A씨에게 돈을 빌릴 당시부터 사실상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피해자 B씨에게 빌린 돈을 주거지 월세와 카드대금 등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서버 임대 수익도 기존 차용금 이자를 간신히 충당할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홍씨는 '곧 갚겠다'는 취지의 말을 통해 추가로 1억원을 받아냈고, 이후 대부분을 변제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특수절도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편취한 금액이 크고, 상당 부분이 도박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기간 원금을 갚지 않은 점, 앞으로도 변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이 불법 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으면서 여기에 사용할 자금으로 사건 편취금을 대여했던 점, 일정 기간 이자를 지급한 사실 등은 일부 참작됐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투자·사업 명목 사기임과 동시에 장기간 지속된 도박 패턴이 결합된 사례로 보고 있다. 불법 도박과 고위험 투자 명목의 차용이 합쳐지면서 피해액은 커지고, 변제 능력이 바닥나 결국 사기 범행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특징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투자 제안을 받을 때는 사업의 실체를 먼저 확인하고, 실제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이체 내역이나 투자 실행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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