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내 AI 사용…'학습효율 향상' vs '사고력 저하'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4:48   수정 : 2025.11.23 14:02기사원문
대학가에서 AI 활용 부정행위 잇따라 적발
AI 학습 효율 높이는 도구라는 의견과
학생들 사고력 떨어뜨린다는 비판 공존



[파이낸셜뉴스] 최근 대학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학생들의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로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과, 사고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공과대학이 지난 20일 수강생 8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퀴즈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일부 수강생들이 답안을 제출한 뒤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 여러 차례 시험에 응시한 것이다. 일부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연세대와 서울대에서도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자연어(NLP) 처리와 챗GPT' 과목 담당 교수는 지난달 29일 수업 게시판에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점수만 0점 처리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과목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강의로 중간고사도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는 AI를 몰래 쓴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대 교양 과목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선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문제를 푼 정황이 확인됐다.

이처럼 대학가에서 AI를 악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대학 내 AI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학생의 학습 효율을 높이는 도구라는 시각과 사고력을 해치는 위험 요소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윤모씨(26)는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과제라면 생성형 AI가 초기 방향을 잡거나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돼 오히려 창의력을 확장할 수 있다"며 "AI 활용은 과제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고 학습 향상에 더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씨(30)는 "대학에서 AI 사용을 어느 정도 경계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해당 기능을 잘 활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금지하고 규제하기보다는 교육 과정 안에서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직장인 유모씨(32)는 "대학은 학습하고 사고하는 곳인데, AI를 사용하면 한 번 더 고민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며 "사회에 나오면 혼자 사고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AI는 그런 기본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모씨(24)도 "AI를 쓰면 참고 자료가 생기니까 스스로 생각을 안 하게 되고 AI가 작성해준 내용을 기반으로 과제를 하게 된다"며 "학습 효과도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 수준의 전공 지식이라면 교재와 수업자료가 더 정확한데, AI를 통해 답변을 얻는 경우 오히려 오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AI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만큼 학생들이 AI를 학습에 활용하되 이를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AI를 쓰는 방법은 학습 튜터로 사용하는 방식과 학습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튜터로 활용하면 창의력과 학습 효과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교수자가 AI를 활용한 학습법을 제대로 만든다면 학생들은 AI를 사용할 때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것처럼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도 "전공과 상관없이 AI 활용은 반드시 해야 하는 트렌드로 쓰지 않을 수는 없다"며 "교육 현장에선 AI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또 AI를 사용하기 전 먼저 실력을 갖추게끔 비판적인 사고를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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