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업 규모 클수록 규제 더...자율규제 체계로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2:00   수정 : 2025.11.23 12:00기사원문
美·英·日·獨은 상장·행위 기준 규제
한국만 자산 구간 따라 규제 강화



[파이낸셜뉴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기업규모별 차등 규제' 문제가 한국 기업에 집중된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은 상장 여부나 기업의 행위에 따라 규제하는 반면 한국은 매출과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를 누적 적용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영주 부산대 교수팀에 의뢰해 발간한 '주요국의 기업규모별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일본은 자산·매출 기준의 누적 규제 제도를 두지 않는 대신 상장 여부나 공시·회계 등 법적 지위와 행위 유형 중심의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한국의 구조를 '성장 페널티(Growth Penalty)'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는 계단식 구조로 인해 성장 유인이 약화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영주 교수팀이 국내 법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12개 법률에는 총 343개의 계단식 규제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법령상 대기업 개념을 명시하지 않으며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지배구조나 공시, 외부감사 등의 규제를 설정한다. 반독점법 역시 기업 규모보다는 시장에서의 카르텔·남용·결합 등 행위 중심 위법 여부에 따라 규제를 둔다. 영국도 기업의 법적 형태(공개회사·폐쇄회사)에 따라 규제를 달리할 뿐 자산 기준의 누적 규제는 없다.

독일과 일본도 회계 목적의 기술적 구분 외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강화하지 않고 있다. 독일 상법은 소·중·대 기업을 구분하지만 회계처리 효율성 차원이며 일본 역시 일정 자산 이상을 '대회사'로 지정하되 추가 세분화 없이 규제를 일괄 적용한다.

김영주 교수는 "한국은 기업을 자산 기준으로 지정하고 세분화된 자산 구간별로 법마다 중복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에서 구조적 부담을 주는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외부감사법 등을 통해 자산총액·매출액·종업원 수 등 정량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있다.
또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의무가 단계적으로 쌓이는 구조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과거에는 경제력 집중 억제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성장 유인이 더 시급한 시점"이라며 "한국처럼 대외 개방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 체계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업 자율규제 준수 기반을 강화하고 '법적 지위 기반·행위 중심 규제'로의 전환을 위한 입법 아이디어를 마련할 계획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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