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빠진 COP30 폐막, '화석연료 퇴출' 논의 결국 무산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5:01
수정 : 2025.11.23 15:01기사원문
역대 최초로 美 대표단 불참한 COP30, 폐막 일정 하루 넘겨 종료
최종 합의문에서 기후 대응 재원 확대 촉구...기존 합의 재확인
기대했던 화석연료 퇴출 논의는 합의문에서 빠져, 산유국 '승리'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최초로 불참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예정 폐막일을 하루 넘긴 22일(현지시간) 공동 선언문 발표와 함께 종료됐다. 그 동안 논란이 됐던 구체적인 화석연료 퇴출 방안은 결국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파리 협약 10주년...온난화 극복 노력 제자리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브라질 파라주(州) 벨렝에 모인 COP30의 각국 대표들은 22일 “글로벌 무치랑: 기후 변화에 맞서는 국제적 움직임에서 인류의 단합”이라는 제목의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참가국 대표들은 선언문에서 해수면 상승, 폭풍,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다국적 공동 기금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시에 ‘파리기후협약’ 내 지구 온난화 관련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서두르고, 관련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선언문에는 이외에도 탄소세 같은 일방적인 무역 행동을 비판하고,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국제 무역에 있어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차별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재확인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올해는 197개 COP 당사국들이 2015년 프랑스 파리의 COP21에서 파리기후협약을 맺은 지 10년째 되는 해다. 이들은 당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고 약속했다. 아울러 202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개최된 COP28에서는 COP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에서 벗어난다’는 합의가 나왔다.
이번 COP30에서는 파리기후협약 이행 성과 및 COP28에서 언급된 화석연료 대체 방안이 핵심 쟁점이었으나 2가지 주제 모두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COP 당사국들은 이번 회의에 앞서 지난 10년 동안 지구온난화 통제와 관련한 성과를 공개했으나 대부분 좋은 점수를 내지 못했고, 일부 회원국은 결과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한국은 독일 비영리 연구소 저먼워치 등 국제 단체들이 지난 18일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2026'에서 조사대상 64개국 중에 60위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퇴출 논의 실패 '산유국의 승리'
아울러 올해 COP 주최국인 브라질은 이번 회의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마련하려 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브라질은 21일 폐회를 목전에 두고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뺀 합의문 초안을 제안했지만, 유럽연합(EU) 국가와 아시아·태평양 도서국이 공개적으로 항의하며 막판까지 합의문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COP 당사국들은 EU 국가 대표들이 21일 밤샘 협상 끝에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고 절충안을 받아들이면서 최종 합의문 채택에 성공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내 온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이번 선언문에 대해 "완벽하지 않으며 과학이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서도 "그러나 다자주의가 시험받고 있는 시기에 국가들이 계속 함께 전진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에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승리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NYT는 이번 합의에 무대응의 대가에 관한 많은 경고를 포함했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방법에 대한 조항은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BBC는 이번 회의 성과에 대해 브라질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COP30 합의와 별개로 화석연료 퇴출 방안을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기후변화로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이 다시금 주의를 끌었고, 브라질이 열대 우림 보호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불참을 언급했다. 그는 "COP30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이뤄냈다고 가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COP은 합의 기반이고 지정학적 분열의 시기에 합의는 점점 더 도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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