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년부터 반도체 보조금 지급시 사이버 공격 대비 의무화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8:46   수정 : 2025.11.24 08:24기사원문
지난 21일엔 라피더스에 1조엔 이상 추가 지원 발표
출자 포함 투입 총액 2.9조엔으로 불어
2027년 2나노 양산, 2031년 상장 목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 대한 보조금 지급시 사이버 공격 대비를 의무 조건으로 내 걸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장비·소재 업체에도 같은 기준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세계적인 사이버 공격으로 기업 활동이 마비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국가 차원에서 안보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취지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공장과 반도체 제조장비·소재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동안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반도체 수급이 심각하게 불안할 경우 국내 공급을 확대하고 △중요한 기술 유출을 방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다만 사이버 대응은 대부분 '권고 ' 수준에 그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안에 사이버 공격 대비를 의무 조건을 추가한 새로운 보조금 지급 요건을 마련해 내년부터 지급되는 보조금에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반도체 자체뿐 아니라 제조장비, 소재 등 업종별로 적합 기준을 정하고 필요에 따라 대상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은 장비가 많고 자동화가 진전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더 철저한 사이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 어떤 장비가 얼마나 있는지와 같은 시각적 정보도 기밀성이 높다. 출입 가능한 인원이나 반입 가능한 기기의 제한도 요구된다. 만일 사이버 공격을 받더라도 신속히 복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도 필수다.

닛케이는 "반도체 생산 라인을 세분화해 컴퓨터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등의 대책이 예상된다"며 "피해 발생 시 대응 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관련 부서의 역할을 명확히 해두는 것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전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넷 범죄 신고센터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에너지 등 중요 인프라 조직을 겨냥한 데이터 파괴·유출 목적의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약 4900건에 달했다. 랜섬웨어(몸값 요구형 악성코드) 피해는 업종별로 제조업이 가장 많았다.

이 중 반도체 산업은 특히 경제안보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공격 대상이 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주력 공장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흘간 생산이 중단되면서 약 190억엔의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엔비디아와 한국 삼성전자도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라피더스에 약 1조1800억엔(약 11조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지난 2022년 설립한 회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 추진할 연도별 라피더스 지원 계획'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1000억엔(약 9400억원)을, 2026회계연도에 1500억엔(약 1조4000억원) 이상을 라피더스에 출자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연구·개발 위탁 비용 등으로 2026회계연도에 6300억엔(약 5조9000억원), 2027회계연도에 3000억엔(약 2조80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라피더스에 1조7000억엔(약 16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라피더스에 대한 지원 총액은 2조9000억엔(약 27조3000억원) 규모로 불어나게 됐다.


라피더스는 2028년 3월 이전에 2나노(㎚·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2029년께 흑자를 달성하고 2031년께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대규모 지원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황금주를 확보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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