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끝나면 퇴사' IT업계 관행에 제동…법원 "정규직이면 부당해고"
파이낸셜뉴스
2025.11.24 11:32
수정 : 2025.11.24 11:31기사원문
"다른 일 주겠다"며 무급 정직 뒤 해고
IT업계 관행 주장에..."정규직 계약"
[파이낸셜뉴스]IT업계 관행을 이유로 프로젝트 종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결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규직 근로계약을 맺었고 당사자 간 퇴사 합의도 없었다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종료한 '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23년 11월 IT업체 B사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다. B사 대표는 2024년 2월 A씨에게 다른 프로젝트 투입 또는 사업권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안내했고 이후 여러 배치를 논의했다.
같은 달 14일 대표는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다른 프로젝트 투입 일정이 결정되니 그때까지는 정직 처리를 해야 된다"며 A씨를 3월 18일까지 무급 정직시켰다. 한 달 뒤에는 A씨에게 "정직된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퇴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퇴사를 일방적으로 알렸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정규직 계약을 체결했고 퇴사 합의도 없었다"며 "다른 프로젝트 업무 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성과 미흡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 끝에 그해 2월 자진퇴사 의사를 밝혔고, 인도적 차원에서 A씨를 투입할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보되 투입이 어렵다면 자진퇴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또 "IT업계 관행상 프로젝트 종료 시 근로관계도 종료되는 묵시적 조건이 계약에 포함된다"고도 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주며 "B사가 A씨에 한 통보는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사에 자진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녹취록 내용 등에 따르면, 대표가 A씨의 고충을 듣고 다른 프로젝트 투입을 전제로 대화를 이어갔고, 업무 성과에 대해서도 "저는 A님이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한 점이 확인됐다. A씨가 자진퇴사에 합의하거나 A씨의 성과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란 점을 B사도 인식했다는 것이다.
또 정직 합의 여부에 관해 재판부는 "당분간 A씨를 배치할 프로젝트 자체가 없다는 B사의 완강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정직 처리를 수긍한 것"이라며 퇴사 합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정직 제안에 여러 차례 재고를 요청한 점도 고려됐다.
또 프로젝트 마무리되면 퇴사하는 게 'IT업계 관행'이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A씨와 B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이와 같은 묵시적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B사의 통보는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낸 해고라고 결론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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