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엉뜨' 된다더니… 우리동네만 안되나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27
수정 : 2025.11.25 20:43기사원문
정류장 단위 설치율 통계 함정
온열 안되는 의자가 더 많아도
하나 있기만 하면 '설치 완료'
현장 체감은 훨씬 낮을 수밖에
"한파 대기소 같다" 볼멘소리도
차가운 나무 의자 덩그러니... 발동동 선 채로 기다리기도
겨울 초입부터 매서운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앞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정류소의 대부분에 온열의자를 설치해 겨울 대기를 견디기 쉽도록 했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따뜻한 정류장은 숫자에만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관리 주체가 시와 자치구로 나뉘고, 마을버스 정류장은 여전히 손이 닿지 않으면서 '수치와 현실의 격차'가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25일 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시내버스 승차대는 모두 3928곳이며, 이 중 3828곳(97.45%)에 온열의자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온열의자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하루 20시간(오전 4시부터 자정까지) 가동된다. 시는 "정류소 대부분에 온열의자가 있다"며 "전기를 끌어오기(인입) 어려운 일부 구간은 순차적으로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의 설치율 통계는 '정류소 단위'로 계산된다. 한 정류장에 의자가 여러 개여도, 온열의자가 하나만 있으면 '설치 완료'로 집계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실제 시민이 이용 가능한 따뜻한 좌석 비율은 통계보다 낮은 편이다.
고령층 많은 지역·도심 외곽, 온열의자 더 절실
현장 체감도 다르다. 도심과 외곽을 대표하는 종로구와 성북구는 모두 고령층 인구 비율이 높고, 일부 버스 노선의 배차 간격이 길어 온열의자의 설치가 절실하다. 지난 20일 종로구의 한 정류장에서 만난 박모씨(72)는 "버스가 10분 넘게 안 오는데 의자가 차갑고 바람막이도 없다"며 "앉아 있기보다 걸어 다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시 관리 구간은 대부분 온열의자 설치가 완료됐지만, 자치구 관리 구간의 설치율은 구별로 편차가 큰 상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전기 인입 조건이나 보행로 폭이 맞지 않으면 설치가 어렵다"며 "(승차대가 없는) 정류소의 20% 미만만 설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배차 간격이 긴 외곽 노선이나 고령층 이용 지역을 중심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기다리는 시간은 실제 이동 시간보다 체감이 3배가량 더 괴롭고, 겨울엔 4배로 커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온열의자 설치가 시내버스 정류장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항버스 정류장은 각 운수사나 환승센터가 관리한다. 따라서 시내버스 정류장과 같은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온열의자 설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마을버스 정류장 대부분도 온열의자가 설치되지 않아 이용자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마을버스 정류장은 예산 사정상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는 최근 3년간 온열의자 설치 예산으로 △2023년 3억8800만원 △2024년 23억4800만원 △2025년 24억8400만원을 투입했다. 한강대교, 시흥대로, 도봉로 등 전기 인입이 어려운 일부 구간은 추가 공사가 필요한 구간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편의시설 확대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인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온열의자 같은 편의시설도 필요하지만, 대중교통의 본질은 배차 단축에 있다"며 "광역·공항버스처럼 대기시간이 긴 노선부터 방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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