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전분야 확대, 스타트업 '피터팬 증후군' 유발"

파이낸셜뉴스       2025.11.28 10:58   수정 : 2025.11.28 10:58기사원문
구태언 코스포 정책 부의장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전 분야 마이데이터(전송요구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경영 부담과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안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정책 부의장(법무법인 린 변호사)은 2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보안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며 “소비자단체 및 산업계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의료, 통신 등에 한정됐던 마이데이터 '본인전송요구권'을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르면 이달 말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스타트업 등 벤처에 재정 부담 우려"

구 부의장은 이번 개정안이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기업들이 외형 확대를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출 1500억 원, 이용자 수 100만 명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데이터 전송 의무자가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면 축하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막대한 규제 비용과 데이터 전송 의무라는 ‘페널티’를 안게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구 부의장은 “표준 API 구축 등 시스템 개편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소·벤처 기업에게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 자산과 노하우가 경쟁사나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헐값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경쟁력이 데이터 이동이라는 명목하에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데이터 해외 유출될 가능성도"

특히 구 부의장은 기업의 핵심 데이터 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동차 주행 기록이나 유통 구매 내역 등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각 기업의 서비스 노하우가 집약된 핵심 영업비밀”이라며 “국내에 전문기관을 설립한 해외 기업으로 이러한 정보가 제한 없이 전송될 경우,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 전송 문제는 국가 간 통상 이슈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 공유를 꺼려 국내 서비스 축소로 대응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의 혁신 경험 저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를 중계하고 관리하게 될 ‘전문기관’의 보안 신뢰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 부의장은 “IT 업계에서는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데이터 유출 사고 가능성을 100%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보안에 투자하는 대기업조차 해킹 사고를 겪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자본금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신생 전문기관이 전 국민의 방대한 민감 정보를 다루게 될 때, 과연 대기업 수준의 보안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인증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사고 예방책과 사후 대책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권익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금융 마이데이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소비자들이 커피 쿠폰이나 포인트 등 소액의 혜택을 얻기 위해 복잡한 약관을 읽지 않고 무심코 ‘전체 동의’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구 부의장은 “이번 확대 대상에는 숙박, 쇼핑, 이동 경로 등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보들이 대거 포함된다”며 “소비자가 자신의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상업적으로 분석되고 유통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동의할 경우, 추후 심각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나 보이스피싱, 스팸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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