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호르몬 옥시토신, 당신이 몰랐던 5가지 비밀
파이낸셜뉴스
2025.12.20 07:00
수정 : 2025.12.20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옥시토신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될까?
옥시토신은 호르몬일까 신경전달물질일까?
옥시토신은 호르몬으로도 작용하고 신경전달물질로도 작용한다. 호르몬으로서의 옥시토신은 여성이 분만을 할 때 자궁을 수축하게 하여 고통을 덜어주고 아기가 젖을 빠는 순간 시상하부로 그 자극을 전달하여 젖분비를 촉진시킨다. 또한 남녀 모두 성관계시 옥시토신 분비가 높아져 쾌감과 오르가슴을 올려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옥시토신은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바소프레신의 분비를 조절하여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시킨다.
2012년의 논문은 옥시토신이 식욕을 억제하는 데에도 관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전자 이상으로 폭식을 하고 비만이 되는 프레더윌리 증후군 환자들의 뇌에는 옥시토신 뉴런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전달물질로서의 옥시토신은 모성애, 끈끈한 부부애, 공동체 의식, 신뢰, 애착, 공감능력 등과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애착이 보호본능으로 작용하여 외부에 적이 생겼을 때 시기와 질투,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옥시토신을 투여 받으면 표정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상태를 더 잘 읽어내고 특히 공포와 불안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옥시토신은 항우울제와 유사한 기능이 있다. 특히 성관계 후 행복감을 느끼는 데에 옥시토신이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작용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성호르몬의 차이에 있다. 에스트로겐은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의 분비를 높이고 편도체에서 옥시토신 수용체와의 결합을 촉진한다. 반면에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옥시토신 분비를 억제한다.
남성호르몬이 옥시토신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사냥과 전쟁 등, 남성이 종족 보존을 위해 해야 하는 잔혹한 일들을 잘 해내게 하려면 공감능력을 증폭시키는 옥시토신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옥시토신 분비는 어떻게 조절될까?
옥시토신은 분비를 통해 유발된 행동이 분비를 더욱 촉진하는 포지티브 피드백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분만 시 자궁이 수축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분비된 옥시토신에 의해 자궁이 수축되면 옥시토신이 더욱 분비된다. 이런 방식으로 자궁수축이 매우 강하게 일어나서 산모는 고통을 덜게 된다. 수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아기가 엄마의 젖꼭지를 빨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고, 이것이 모유 분비를 촉진한다. 아기가 젖꼭지를 빠는 동안 옥시토신의 분비량은 계속 늘어난다. 오직 아기가 젖 빨기를 멈춰야 옥시토신 분비도 멈춘다.
옥시토신 과다나 부족은 어떤 증상을 초래할까?
옥시토신 과다나 부족에 대해서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옥시토신 과다 분비가 남성들의 전립선비대증에 약간 관련이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든다고 한다. 옥시토신 부족으로 인한 증상 역시 아직 잘 알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고 자폐 스펙트럼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에 기형이 발생하면 자폐가 생긴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있으며 또 이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메틸화 되었을 때 자폐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옥시토신이 부족한 여성은 산후 젖분비가 잘 되지 않아 수유가 어려울 수 있다.
옥시토신은 의료적으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나?
국내에서 허가된 옥시토신 의약품은 자궁수축 주사제가 유일하다. 이 주사제는 분만을 촉진하거나 분만 후 출혈을 멈추는 용도로 산부인과에서 사용한다. 근육 혹은 정맥을 통해 주사한다. 산모에 따라 구토, 느린 심장박동 등을 겪을 수 있고, 갑작스러운 자궁수축으로 자궁이 파열되거나 태아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처방해야 한다.
반대로 자궁수축을 막아서 조산을 예방하는 데에 옥시토신 수용체 억제제인 아토시반이 사용된다. 주로 임신 24~33주 차에 조산 기미가 있을 때 처방하며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과거에 옥시토신 주사제를 수유가 어려운 산모에게 처방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효과가 없어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았으나 해외에서는 비강을 통해 주입하는 스프레이 형식의 옥시토신이 처방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원래 사용 목적은 자궁수축이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자폐, 조현병, 식욕억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중독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중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식욕억제, 중독 등에는 약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코올이나 담배, 약물을 끊었을 때 겪는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옥시토신이 꽤 효과가 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자폐는 사람들과의 눈맞춤이 늘어난다든가 대화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오히려 과잉행동을 유발하고 자위 같은 성적 행동을 하는 등의 부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옥시토신을 자폐 치료에 이용하는 사례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해외에는 의약품이 아닌 보조식품으로 유통되는 옥시토신 스프레이도 있다. 전문의약품 스프레이가 옥시토신 50 IU 또는 100 IU로 나오는데 비해 보조식품 스프레이는 10~20 IU로 양이 매우 적다. 이 정도 양으로 코를 통해 중추신경으로 옥시토신을 전달하기는 어렵다. 양이 적어서 부작용도 거의 없지만 효과에 대한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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