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힘들다지만...공실률 1%대 '이곳',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2025.12.07 12:48   수정 : 2025.12.07 12:48기사원문
'대학로 거리' 혜화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 1%대
통계 집계 이래로 최저치...서울 평균의 1/8 수준
코로나 이후 임대료 낮추고, 지리적 이점 작용해
'연극 특수'도 작용...공연계 맞춤형 상권도 등장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거리는 길을 지나는 동네 주민과 대학생 소수가 전부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시간 뒤인 6시께부터 혜화역 1·2번 출구에서 행인들이 쏟아져 나왔고, 비어 있던 거리는 금세 북적이기 시작했다. 자영업자 A씨는 "평일에도 저녁 공연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손님 맞이를 준비했다.

■임대료 낮춰 상권 숨통...지리적 이점도 작용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 상권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침체되며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혜화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4분기 8.7%에서 같은해 3·4분기 13.0%로 훅 떨어졌고, 이듬해인 2021년 3·4분기 19.0%로 1년여 만에 10.3%p 늘어나며 정점을 찍었다. 반면 지난해 들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올해 3·4분기엔 1.2%를 기록해 서울 내에서 2번째로 공실률이 낮은 상권이 됐다. 이는 동기간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8.9%임을 감안하면 8분의 1 수준으로, 2013년 통계 집계 이래로 최저치다.

현장에서는 유동인구 회복과 더불어 코로나 이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특유의 지리점 이점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혜화동은 역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서울대 병원이, 오른편에는 낙산공원이 위치하고 있고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학교들이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상권과 달리 상권이 모여있고 확장성이 없어 수요가 많지 않아도 채워진다는 설명이다.

혜화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약 20% 낮추며 점포들이 버틸 수 있게 됐고, 지리적 특징도 영향을 미쳤다"며 "역 바로 앞 1층과 같은 입지가 좋은 일부 점포는 임대료를 낮추지 않았는데, 이런 곳들만 공실인 상태"라고 말했다.

돌아온 공연계에 발맞춘 상권도 등장

'문화지구'로 지정돼 있는 대학로는 중·소극장과 카페, 음식점 등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연계와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들어 대학로에는 공연계를 겨냥한 점포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 사물함 매장'이다. 협소한 소극장에 가기 전 짐을 보관하는 매장으로, 팬데믹 이후 약 8개의 매장이 생겨났다.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메인 거리가 아닌 골목은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데다, 무인 매장이다 보니 요식업 창업보다는 효율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는 일부 프랜차이즈에만 손님이 몰리자 대학로 배우들의 생일 등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 대관으로 매출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공연 전후로 잠시 쉴 수 있는 수면카페, 뮤지컬 컨셉의 펍 등도 눈에 띈다. 자영업자 D씨는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장사가 되지만 개인 매장은 쉽지 않은 곳들도 있다"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은 한참 못 미치는 상태"라고 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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