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익·중위험’ 목표전환형 펀드, 올해 2조 뭉칫돈 몰렸다

파이낸셜뉴스       2025.12.08 18:14   수정 : 2025.12.08 18:14기사원문
연초보다 순자산 209.9% 증가
잇단 조기 수익목표 달성에 인기
판매사도 수수료 수익 개선 효과
"하락장 손실 가능성은 유의해야"

올 들어 목표전환형 펀드에 2조원 넘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사전에 목표로 잡은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비중을 늘려 손실을 방지해 '중수익·중위험' 추구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펀드 설정 시점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할 점도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목표전환형 공모펀드의 운용 규모는 총 3조2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1조580억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순자산이 209.9% 증가한 규모다. 펀드 개수도 연초 65개에서 이달 115개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새로 설정된 공모펀드가 총 483개인 점을 고려하면 이중 약 4분의 1이 목표전환형 펀드인 셈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정해진 기간에 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설정한다. 설정 초기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단기에 수익률을 높인 뒤, 사전에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기채,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형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상품이다. 통상 7~10% 안팎의 목표수익률을 잡고 있다. 이러한 상품 설계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목표전환형 펀드가 인기를 끈 것은 올해 상반기 출시된 목표전환형 펀드들이 설정 후 빠르게 수익 목표를 달성하면서 투자자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3월과 5월에 출시한 '삼성글로벌CoreAI 목표전환형' 1·2호 펀드는 각각 45일, 49일만에 목표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했다. KB자산운용이 지난 5월 내놓은 'KB미중AI테크목표전환형' 1호 역시 목표로 한 수익률을 3개월여 만에 거뒀다. 상반기 이후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조기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목표전환형 펀드는 목표 수익을 달성하기만 하면 바로 안정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만큼 7~10%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는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말했다.

통상 목표전환형 펀드의 설정부터 만기까지 기한은 2년 내외다. 투자자들로선 2년 안에만 목표로 한 수익률을 도달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인데, 올해 6월부터 국내 증시가 4000선까지 고공행진하면서 목표전환형 펀드도 2~3개월 만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펀드를 만드는 운용사나 판매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목표전환형 펀드가 수수료 수익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운용사는 일반 펀드 대비 자금을 모으기가 쉽고, 비슷한 상품을 여럿 찍어내니 성과 보수도 더 챙길 수 있다"며 "판매사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목표 수익률 등을 고지하기 용이하고 일반 공모펀드 대비 선취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어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목표전환형 펀드가 '상방은 막혀있고 하방은 뚫려있는 구조'라고 조언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만큼 상단 수익은 제한된 반면, 증시 하락장에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때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증시 상승장에서는 운용사·판매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고객은 빠른 시간 내에 목표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삼박자'가 잘 맞는 듯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하락장에서 목표전환 상품을 살 경우 고객은 운용 수수료만 떼이고 수익은 챙기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할 수 있다"며 "펀드 별로 약관이 다른 만큼 꼼꼼하게 확인해야한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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