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전 금감원장 "이자제한법, 대출 거절로 이어질 것"
파이낸셜뉴스
2025.12.16 17:20
수정 : 2025.12.16 17:18기사원문
대통령 '잔인한 금리' 발언에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 논의
윤 전 원장 "저신용자 자금 접근성 악화"
16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부금융 활성화를 통한 금융취약층 포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제16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법정 최고금리를 15%로 하향 조정하는 이자제한법이 시행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한 개별 금융사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보다 대출 거절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장에서 저신용자 자금의 접근성 악화를 의미하고 포용금융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15%대인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놓고 "잔인하다"고 말한 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윤 전 원장은 물론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금리 인하가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불법사금융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
윤 전 원장은 책임대출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금리만을 기준으로 한 단순한 대부업이 아니라 등록 대부업자 스스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차주가 상환역량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전 원장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통신요금이나 온라인거래 등 비금융정보를 통합 활용하고 상환능력을 재평가해 취약계층에 대한 신용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대출 초기 고금리에도 성실히 상환한 자에겐 점진적 금리인하를 제공하는 등 신용사다리 역할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지자체에 등록한 대부금융사들의 금감원 등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금감원과 협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 터부시를를 개선하고 진정한 소비자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도권 금융의 공급 위축이 금융취약층을 불법사채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권에서 소외된 많은 금융취약층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사채를 역선택하는 비극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는 제도권 대부금융의 공급 기능이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의 합법적인 선택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금융이 제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되면 불법사채는 자연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제도권 금융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저신용자 신규 공급액은 지난 2021년 51조6000억원에서 2024년 33조7000억원으로 3년 만에 35% 급감했다. 공급 비중도 같은 기간 7.2%포인트 감소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이 감소세를 보이며 저신용자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은행권은 심사 강화를 통해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를 900점대 중후반으로 제한하고 있어 저신용자는 사실상 은행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역시 건전성 관리 기조로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금융이 실질적 역마진 구조로 운영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20%는 대부금융사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기준금리와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어 역마진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부금융의 신용대출이 감소하고 담보대출 비중은 늘어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기회가 더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부금융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안전망 기능을 하는 만큼 대부금융이 위축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취약층이 불법사채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며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금융취약층을 제도권으로 포용하고 불법사채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부업체가 일부러 영업을 축소하면서 불법사금융이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대부금융의 기능 회복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조만 서강대학교 교수는 "조달금리와 대손비용 등을 고려한 대부업권의 적정 대출금리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상승한 자금조달 비용과 신용위험 비용이 대출금리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임에도 불법사금융과 혼동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다"며 "우량 대부금융 사업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명칭과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은행권 차입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대부금융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해 서민금융 공급 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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