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종묘 142m 논란 속 이코모스 위원장 만났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5:12
수정 : 2025.12.17 15:12기사원문
17일 이코모스 위원장과 비공개 오찬
세계유산 관련 설명 듣고 의견 교환해
지선 앞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 전초전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최고 142m)을 둘러싼 세계유산 훼손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종묘 인근 초고층 개발 논쟁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계유산 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며 “관련해 여러 논쟁도 많고 오해도 많아 세부 사안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담은 종묘 인근 초고층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번진 상황과 맞물린다. 최근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재개발을 하더라도 세계유산영향평가부터 받아야 한다”며, 유네스코가 지난 4월 서울시에 권고한 영향평가 이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훼손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는 절차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반면 오 시장은 종묘 보호구역 기준 거리와 관련 법·절차상 요건은 충족됐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성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종묘 재개발 논쟁은 영향평가 선행을 요구하는 정원오 구청장과 기준 충족을 강조하는 오 시장의 구도로 분명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종묘 재개발 논쟁이 내년 6월로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조기 점화된 전초전 성격으로도 읽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구청장이 범여권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종묘라는 상징성이 큰 이슈를 매개로 오 시장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 시장의 이코모스 위원장 면담 역시 국제 보존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국면에서 향후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국제 자문기구와 소통했다’는 정책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종묘 인근 개발은 단순한 정비사업을 넘어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재생이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라며 “이코모스와의 접촉 여부가 향후 사업 추진 속도뿐 아니라 정치적 논쟁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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