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지냐?"… 1600만원 티켓 팔던 FIFA, 욕먹자 고작 '1.6%' 선심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9:19
수정 : 2025.12.17 19:35기사원문
고작 1.6%만 60달러에 판매.. 그것도 "충성도 높은 관중에게만"
나머지 티켓은 지난 월드컵보다 5배 폭등한 살인적인 가격
[파이낸셜뉴스] "축구는 모두의 것"이라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결국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살인적인 티켓 가격 논란에 밀려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전체 좌석의 1% 남짓한 '생색내기용' 할인 판매였기 때문이다.
FIFA는 17일(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104개 전 경기를 대상으로 60달러(약 8만 8000원)짜리 최저가 티켓인 '서포터 엔트리 티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영국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이 60달러짜리 티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좌석의 단 1.6%에 불과하다. 10만 명이 들어가는 경기장이라면 고작 1600석만 저가에 풀고, 나머지 9만 8천여 석은 여전히 고가에 팔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티켓 가격은 이미 상식을 넘어섰다. 조별리그 티켓은 최대 700달러(약 103만 원), 결승전은 무려 8,680달러(약 1279만 원)에 달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최대 5배나 폭등했다. "월드컵 전통에 대한 전례 없는 배신"이라는 유럽 축구 팬 연합(FSE)의 성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가격 책정 구조 자체의 불합리함이다. 하지만 FIFA는 이를 수정하는 대신, 극소량의 저가 티켓을 미끼로 던지며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심지어 이 티켓마저 '충성도 검증'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 사실상 팬들을 상대로 '로또 추첨'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이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FIFA가 진정으로 팬들을 존중한다면, 1.6%의 꼼수가 아니라 기형적인 가격 구조를 전면 재검토했어야 했다.
FIFA의 이번 조치는 고가 티켓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알리바이'에 가깝다. "우리는 60달러짜리 티켓도 팔았다"고 항변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인 셈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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