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혈액 검사로 조기진단하나…독서·운동·외국어학습 등이 예방에 도움

파이낸셜뉴스       2025.12.18 04:34   수정 : 2025.12.18 04: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노르웨이 연구진이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르웨이의 57세 이상 성인 1만148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비싸고 번거로운 PET 스캔이나 척수액 검사 대신, 혈액 속 독성 단백질의 비정상적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을수록 향후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다만 노르웨이 성인이라는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다른 인종에도 활용이 가능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과 관련해 이정표를 세웠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날 발행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발병은 이전에 추측했던 것과 달리 75세 미만에서는 적고, 85세가 넘어가면 급격히 증가한다.

또 통념과 달리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 치매 환자가 현재 5000만명에서 2050년에는 1억5000만명을 찍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연구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의 길이 열렸다.

논문 주저자인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노인정신의학 교수 다그 오슬란(Dag Aarsland)은 “폭증하는 치매 위협에 맞서려면 가능한 한 일찍 치매의 조기 징후를 포착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혈액검사는 대규모로 효율적인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력, 사고력, 행동 능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연구진은 57세 이상 노르웨이 성인 1만1486명의 혈액 샘플에서 뇌 속의 독성 단백질 형성을 관찰했다.

연구 결과 65~69세 실험 참가자들의 혈액에서는 명확한 이상 징후가 발견될 확률이 8%도 안 됐다. 그러나 90세가 넘어가면 그 확률이 67%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발견은 과거 연구 결과보다 연령에 따른 격차가 더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교육과 학습, 운동이나 악기 연주 등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정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뇌의 독성 단백질 수치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교육이 이른바 ‘인지 예비능력(cognitive reserve)’을 높여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꼭 ‘가방끈’이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평소 독서나 외국어 학습, 꾸준한 운동, 악기 연주, 활발한 사회 활동 등은 뇌세포 사이의 연결망(시냅스)을 촘촘하게 만든다.
인지 예비능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저축해 둔 예비능력이 많으면 알츠하이머 같은 병으로 뇌세포 일부가 손상돼도 다른 연결망을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뇌에 독성 단백질이 많이 쌓였음에도 일상생활을 멀쩡히 유지하는 비결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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