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경제동물" 사육면적 확대 '탁상행정' 지적
파이낸셜뉴스
2025.12.21 12:50
수정 : 2025.12.21 12:49기사원문
정부 양계 '케이지 규제' 과학적 근거 부족해
계란값 폭등 피해는 국민 몫, 부담만 과중해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규제를 두고 축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027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계란 생산량이 급감해 결국 ‘에그플레이션(계란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국민들이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상진 계란연구회 회장은 지난 19일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무리한 케이지 사육 면적 확대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내 양계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산란계 사육 면적 기준은 마리당 0.05㎡다. 정부는 이를 0.075㎡로 50% 상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0.05㎡라는 기준은 닭의 생리, 생산성, 사료 효율 등을 수십 년간 연구해 도출한 최적의 과학적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아파트 면적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존 0.05㎡가 33평형 국민주택 규모의 쾌적한 환경이라면, 이를 0.075㎡로 늘리라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50평형 이상 아파트에 살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며 "면적이 넓어진다고 닭이 알을 더 잘 낳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운동량으로 인해 사료 낭비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면적이 50% 넓어지면 닭의 활동량이 늘어나 사료 섭취량은 약 13% 증가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량 감소다. 사육 면적을 강제로 넓히면 동일한 시설 내에서 키울 수 있는 닭의 마릿수가 약 33% 줄어든다. 이 회장은 "농산물은 공급이 5%만 부족해도 가격이 20~30% 폭등하는 특성이 있다"며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이 사라진다면 계란값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닭을 '애완동물'이 아닌 '경제동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란계는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경제동물"이라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산성과 신선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동물복지 계란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케이지 계란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이라며 "정부가 일괄적으로 사육 방식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가격과 복지 수준을 보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양계 시설은 0.05㎡ 기준에 맞춰 환기 시스템, 온도 조절 장치 등이 설계돼 있다. 이 회장은 "마릿수를 갑자기 줄이면 계산 내 적정 온도 유지가 어려워져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며 "기존 시설을 무시하고 2027년까지 일괄적으로 바꾸라는 것은 농가더러 파산하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규 허가 농가부터 적용하거나, 시설의 내용 연수가 다한 뒤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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