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계 '케이지 규제' 과학적 근거 부족해
계란값 폭등 피해는 국민 몫, 부담만 과중해
계란값 폭등 피해는 국민 몫, 부담만 과중해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규제를 두고 축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027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계란 생산량이 급감해 결국 ‘에그플레이션(계란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국민들이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상진 계란연구회 회장은 지난 19일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무리한 케이지 사육 면적 확대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내 양계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립축산과학원장을 지낸 축산 전문가다.
현재 국내 산란계 사육 면적 기준은 마리당 0.05㎡다.
이 회장은 이를 아파트 면적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존 0.05㎡가 33평형 국민주택 규모의 쾌적한 환경이라면, 이를 0.075㎡로 늘리라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50평형 이상 아파트에 살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며 "면적이 넓어진다고 닭이 알을 더 잘 낳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운동량으로 인해 사료 낭비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면적이 50% 넓어지면 닭의 활동량이 늘어나 사료 섭취량은 약 13% 증가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량 감소다. 사육 면적을 강제로 넓히면 동일한 시설 내에서 키울 수 있는 닭의 마릿수가 약 33% 줄어든다. 이 회장은 "농산물은 공급이 5%만 부족해도 가격이 20~30% 폭등하는 특성이 있다"며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이 사라진다면 계란값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닭을 '애완동물'이 아닌 '경제동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란계는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경제동물"이라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산성과 신선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동물복지 계란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케이지 계란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이라며 "정부가 일괄적으로 사육 방식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가격과 복지 수준을 보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양계 시설은 0.05㎡ 기준에 맞춰 환기 시스템, 온도 조절 장치 등이 설계돼 있다. 이 회장은 "마릿수를 갑자기 줄이면 계산 내 적정 온도 유지가 어려워져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며 "기존 시설을 무시하고 2027년까지 일괄적으로 바꾸라는 것은 농가더러 파산하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규 허가 농가부터 적용하거나, 시설의 내용 연수가 다한 뒤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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