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핵보유 논란에 "日, 핵비확산·군비관리 세계적 리더"

파이낸셜뉴스       2025.12.21 08:21   수정 : 2025.12.21 08: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 국무부는 일본 정부 고위 간부의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해 "일본은 핵 비확산과 핵 군비관리 촉진에 있어 세계적인 리더"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유지하도록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 취재에 이같이 답하며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현대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 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일본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또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장은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지난 19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이날 취재진에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간부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증강, 개발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점차 엄중해지고 있다고 언급하고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일본에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부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보정책 수립을 조언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비핵 3원칙’ 재검토 시사와 맞물리며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입’ 원칙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일각에선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 46t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핵보유국만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인해 일본의 핵 보유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아직까진 지배적이다.

일본 국민들의 반핵 정서도 걸림돌이다. 이날 입헌민주당, 공명당 등 일본 야댱들은 핵보유 발언 당사자의 파면과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발언 당사자는) 조기에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앞서 1999년에는 연립여당인 자유당 소속 니시무라 신고 당시 방위청 차관이 주간지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일본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 국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비판 여론이 고조되며 경질된 바 있다.

주변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일본 총리실 간부 발언) 보도가 사실이라면 사태는 상당히 심각하다"며 "이는 일본 측 일부 인사가 국제법을 어기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위험한 음모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과 국제사회는 반드시 고도로 경계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커지자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9일 "일본 정부는 정책상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해당 발언자의 경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개별 보도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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