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인상에도 엔저 지속? 당국 개입 여부 주목
파이낸셜뉴스
2025.12.21 09:11
수정 : 2025.12.21 09: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은행(BOJ)가 30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엔화 가치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에 엔화 매도세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개입에 대한 동의를 명확히 얻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해 엔화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이번주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가 강해지고 있어 당국의 엔저 경계 발언 수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금융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정도를 점칠 수 있는 중립금리에 대해서는 "사전에 특정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엔화 매도, 달러 매수 흐름이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7엔대 후반까지 오르며 한 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로도 184엔대를 기록하며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저가 진행되면 당국이 '펀더멘털에 따른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기 쉬워진다"며 구두 개입으로 포지션 조정 목적의 엔 매수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모로가 아키라 아오조라은행 수석 마켓 전략가도 "개입 경계감으로 투기 세력의 엔 매도·달러 매수 기세는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차익 실현이 진행될 경우 달러당 154엔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올해 1월 기록한 연내 최저치인 달러당 158.80엔대를 넘으면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개입이 이뤄질 경우 4~5엔 정도 엔화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개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미국으로부터 개입에 대한 명확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해 당국의 태도를 시험하듯 엔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그동안 엔화 약세를 시정하기 위해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일본 측을 여러 차례 압박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월 27일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베노믹스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나면서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며 "현재는 엔저 현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과제가 됐다"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8월과 10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금리 인상을 통해 엔고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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