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1682분' 업무보고 생중계… 국민소통 vs 논쟁 유발

파이낸셜뉴스       2025.12.21 18:11   수정 : 2025.12.21 18:10기사원문
해수부 외 전 부처 보고 마무리
공개행정 상징성 부각 평가
정치 쟁점화·즉흥성 비판도

사상 처음으로 전 과정이 생중계된 이재명 정부 첫 부처 업무보고가 해양수산부만 남겨둔 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부처·산하기관을 상대로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필요한 예산·제도 보완을 현장에서 주문하는 장면이 6일간 1682분 공개되면서 공개행정의 상징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통령의 질문·질책, 기관장의 답변이 즉시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는 구조가 고착되며 논쟁의 연료가 되기도 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업무보고는 통상적인 보고-지시 형식과 달리 대통령이 쟁점을 특정해 묻고 기관이 답하는 토론형 진행이 뚜렷했다. 정책·행정의 사각지대를 현장에서 끌어올려 보완책을 주문하는 방식은 국민에게 정부 작동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일부 기관의 제도·인력 요구가 공개석상에서 논의되며 "필요하면 바로 고치자"는 메시지가 반복됐고 시장질서 교란 행위나 대기업 범죄에 대해선 강경한 기조가 거듭 확인됐다. 공직사회에는 허위보고·동문서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강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 지표에서도 소통 프레임은 일정 부분 확인됐다. 한국갤럽의 12월 중순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 중 '소통·국무회의·업무보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생중계가 '정제되지 않은 장면'까지 고스란히 노출하는 만큼 발언 하나가 즉시 논쟁으로 확산되는 부작용도 뚜렷했다. 역사교육 관련 질의 과정에서 '환단고기'가 언급되며 학계 반발과 정치권 공방이 뒤따랐고 대통령실이 해명성 설명을 내놓는 국면으로 번졌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보고에서 촉발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의 '외화 밀반출(책갈피 달러)' 공방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보고 태도와 답변을 공개 질타한 뒤 이 사장이 SNS를 통해 책임 소재를 재차 강조하며 사실상 맞대응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야권은 "전 정부 인사 망신주기"라고 반발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사안의 실체 규명과 별개로 정쟁 프레임에 갇힐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대로 대통령이 공기업·산하기관의 책임 회피를 공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공직사회 긴장감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생중계 업무보고의 또 다른 논점은 즉답·즉시 지시가 주는 효능감과 위험성이다. 현장 지시가 빠른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반면, 정책 형성 과정이 단선적으로 비칠 경우 "국정이 퍼포먼스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연결될 수 있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가 대표적이다. 재정 우선순위 논쟁과 함께 이슈가 확장되며 오히려 본래의 국정 메시지를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대통령실은 생활밀착형 의제를 통해 정부의 관심을 드러내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만, 생중계 국정이 '즉시 반응'에 최적화될수록 관리 비용도 커진다는 점은 남는 과제로 꼽힌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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