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들, 금 상승 랠리 속 관련 데스크 확대 붐…"물 들어올 때 노 젓자"
파이낸셜뉴스
2025.12.25 04:25
수정 : 2025.12.25 04: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요 은행, 중개사들이 산하의 귀금속 담당 데스크를 확대하고 물류 능력도 확충하고 있다. 금, 은 가격이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가운데 상승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주요 금융사들이 금 가격 상승세에 편승해 관련 부문 능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것이다.
금과 은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로 돈값이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에 이어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이날도 금, 은 가격은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금 가격은 이날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장 초반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5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은 가격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70달러 벽을 뚫었다.
금과 은 가격은 올들어 각각 71%, 146% 폭등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올해 상승률 18%를 압도하는 상승률이다.
데이터분석 업체 크리실 코얼리션 그린위치에 따르면 귀금속 가격 급등세 속에 주요 은행들의 귀금속 거래 데스크 매출은 올들어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50% 폭증했다.
크리실의 리서치 책임자 캘럼 민스는 귀금속 거래와 관련한 주머니가 커지면서 모두가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제 주요 은행들의 시장 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귀금속이 됐다고 말했다.
크리실에 따르면 12개 주요 은행들의 귀금속 거래 매출은 올 1~9월 약 14억달러로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에 이어 금 거래 규모로는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금 거래 데스크를 닫았던 은행들은 데스크를 새로 열고, 일부 은행들은 데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2014년 귀금속 거래를 중단했지만 최근 데스크를 다시 열었고, 올 상반기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캐나다 5대 은행 가운데 한 곳인 스코셔은행(Scotiabank)도 2020년 귀금속 데스크를 폐쇄하고, 금고까지 매각했지만 최근 다시 인력을 채용하며 데스크 재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SG), 일본 종합상사이자 금융그룹인 미쓰이는 올해 귀금속 데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귀금속 트레이딩과 더불어 금고 사업까지 진출하며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은행들은 막대한 귀금속 거래 수익과 더불어 지정학적 불안과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위험 회피(헤지) 수요가 폭증하면서 귀금속 거래를 대폭 늘리고 있다.
씨티가 새로 진출할 정도로 각광 받고 있는 금고 사업은 과거 은행들에서는 저수익 사업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대접도 달라졌다.
씨티는 금고 개설을 검토하고 있고, 금융 플랫폼 스톤X 같은 곳은 뉴욕에 새로운 금고를 여는 한편 지난해 인수한 정련소 설비 확대에 들어갔다.
크리실의 민스는 “대부분 은행들이 금고를 확장하고 있거나 이미 확장했다”고 말했다.
금, 은 등 귀금속을 장기적으로 보관하려는 수요와 유통 수요 역시 반짝 성장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것으로 낙관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은행 외부에서도 이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스위스 정련소 MKS 팸프, 온라인 금융사 스톤X, 런던의 중개업체 마렉스 등이 모두 올해 귀금속 거래 부문을 확장했다.
스톤X의 금속 부문 책임자 마이클 스키너는 현재 “시장의 민주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늘면서 혜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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