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100억원 걸렸다” 외신이 주목한 '어둠의 北은행가' 심현섭은 누구

파이낸셜뉴스       2025.12.27 07:20   수정 : 2025.12.27 09: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그림자 자금줄'로 지목된 심현섭을 예로 들어 북한의 ‘은행가’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4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심현섭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수십 명의 북한 은행가 가운데 한 명으로 대북 제재 속에서도 외화벌이를 해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심현섭에게 700만달러(약 100억원)의 현상금을 걸었으며, 그의 역할은 김정은 북한 정권의 자금세탁으로 알려졌다.

또한 WSJ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분석업체 TRM 랩스 분석 결과 심현섭의 지갑에서 약 6만7000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지갑으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북한이 국제 제재를 받는 다른 국가들과 암호화폐를 매개로 물자 대금을 결제하거나 자본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심현섭은 유령 회사 네트워크를 동원해 미국 금융망의 감시를 피했다. 시티은행, JP모건, 웰스파고 등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을 위해 최소 310건, 약 7400만달러(약 1000억원)의 거래를 처리했다.

심현섭은 이렇게 확보한 '세탁된 달러'로 평양에 보낼 통신 장비와 러시아산 헬리콥터를 구매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가짜 '말보로' 담배 제조를 위해 100달러 지폐로 80만달러 이상을 잎담배를 사들이는 자금으로 지급한 적도 있다.

심현섭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42세의 심현섭은 키가 185㎝로, 일반적 북한 남성 평균키 163㎝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그러나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 출신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그가 평양에서 명문 대학에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현섭을 10회 이상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힌 류씨는 "돈세탁에 관한 한 아랍지역에서 가장 유능하고 수완이 좋은 인물"이라며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몰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WSJ는 심현섭이 2016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아내, 딸과 함께 거주하며 활동했고 2019년 유엔(UN) 제재에 따라 거주 비자가 취소된 뒤에도 코로나19 국경 폐쇄를 이유로 머물다가 2022년에야 실제 출국했다고 전했다.


심현섭은 이후 중국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 재무부가 2023년 그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연방수사국(FBI)은 700만달러(95억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걸었으나 중국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WSJ은 심현섭과 같은 수십 명의 북한 은행가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는 계속해서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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