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흥 외쳤지만…트럼프 관세에 美 기업 파산, 2010년 이후 최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8 15:18
수정 : 2025.12.28 16:03기사원문
제조·운송업 타격 집중돼
소비 둔화·고금리 겹치며 11월까지 美 기업 717곳 파산 신청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올해 11월까지 최소 717개 기업이 파산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약 14% 증가한 수치로 2010년 이후 가장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의류와 가구 등 소비자 선택재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파산 신청 건수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이 선택재 소비를 줄이고 필수재 소비를 우선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경제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이 수입 비중이 큰 기업들을 압박했고, 소비자 이탈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왔다고 분석했다. 11월 물가상승률이 연율 2.7%로 예상보다 낮았으나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관세와 고금리 비용을 상쇄하려 애쓰지만 한계가 있다"며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용을 전가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에는 자산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 기업의 이른바 '메가 파산'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컨설팅업체 코너스톤 리서치에 따르면 1~6월 메가 파산은 17건으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심리는 연중 내내 악화됐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전년 대비 약 28% 급락했으며 미국 가계의 관세로 인한 연간 추가 지출이 1800달러(약 26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됐다.
KPMG의 미건 마틴 쇤베르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치상으로는 미국 경제가 강해 보이지만 그 성장이 모든 산업에 고르게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7~9월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4.3%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소비자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투자에 의해 주도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