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전기를 화성 공장까지" 李정부의 야심 '에너지고속도로'.. 그 뒷배가 '직류'
파이낸셜뉴스
2026.01.10 06:00
수정 : 2026.01.10 06:00기사원문
전류전쟁에서 패배한 직류, 21세기 핵심 인프라로 부활
이 대통령, 지역간 전력 격차 해소 위한 'HVDC' 구체화
[파이낸셜뉴스] 19세기 말 인류는 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섰다. 이 질문은 곧 직류(DC)를 고수한 토머스 에디슨과 교류(AC)의 가능성을 제시한 니콜라 테슬라의 충돌로 이어졌다. 일명 '전류전쟁(War of Currents)'이라 불린 이 경쟁의 승자는 교류였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직류가 복귀하고 있다. HVDC(고전압 직류 송전)의 확산과 함께, 한때 패자로 밀려났던 직류가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거리 송전 기술에서 승패 갈린 전류전쟁
19세기 후반 전기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조명과 산업동력이었다. 그리고 이 전기를 쓰려는 도시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었다. 당시 전력공급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안전하고 저렴하게, 먼 거리까지 전기를 보낼 것인가'였다.
직류 패배의 결정적 이유는 전압 변환의 부재였다. 전력 손실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한다. 멀리 보내려면 전압을 높여 전류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이 물음에 DC는 기술적인 해법을 찾지 못했고, AC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승패가 갈렸다.
직류의 경우 19세기 기술로는 전압을 자유롭게 높이거나 낮출 방법이 없었다.에디슨의 직류 발전소는 보통 110V 수준에서 전력을 공급했는데, 이 전압으로는 수 km만 떨어져도 손실이 급증했다. 직류 시스템은 '발전소를 계속 늘리는 방식' 외에 대안이 없었다.
반면 테슬라가 내세운 교류 시스템의 본질은 단순했다.발전단계에서 고전압 교류로 송전을 하고 소비단계에 진입할 때 저전압교류로 변환하는 것이다. 고전압 송전-저전압 사용이라는 구조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대규모 전력망에 최적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 프로젝트 이후 교류는 사실상의 표준이 됐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전류전쟁의 분수령이었다. 폭포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십 km 떨어진 도시 버펄로까지 송전하는 이 프로젝트를 교류 방식으로 성공시킨 순간, 직류는 대규모 전력망의 자격을 상실했다. 이 사건 이후 교류는 국가 단위 전력망, 직류는 국지적·보조적 전원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직류의 귀환, 전력전자 기술 발전·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영향
하지만 직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배터리, 전자기기, 철도, 산업설비 등에서 직류는 계속 사용돼 왔다. 다만 장거리 대용량 송전이라는 무대에서 물러나 있었을 뿐이다. 이 직류를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낸 것이 전력전자 기술의 발전이다. 고전압에서도 교류와 직류를 안정적으로 변환할 수 있게 되면서, 직류는 다시 송전의 선택지가 됐다.
특히 HVDC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전력 수급 구조의 변화가 있다. 해상풍력은 바다로, 대규모 태양광은 도심외곽에 위치한다. 반면 전력 수요는 여전히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발전지와 소비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장거리 손실이 적고 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HVDC의 장점은 부각된다.
해저 송전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류는 무효전력 문제로 해저 케이블 길이에 한계가 있지만, 직류는 이런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대규모 해저 송전은 사실상 HVDC가 표준이 됐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이라는 과제까지 더해지면서, HVDC는 ‘선택지’가 아닌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HVDC 프로젝트의 상징은 변환소이지만, 기술적 난도의 상당 부분은 전선과 케이블에 있다. 수백 km에 달하는 초고압 케이블을 무결함으로 제조하고, 해저나 지중에 설치한 뒤 30~4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HVDC, 에너지고속도로의 물리적 구현 수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반복되는 키워드는 '에너지 고속도로'다.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수용하고 지역 간 전력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에너지 고속도로의 물리적 구현 수단은 HVDC라는 점이다.
HVDC의 강점은 대용량·장거리 수송에 있다. 해상풍력은 바다로 나가고, 대규모 태양광은 지방 설치가 불가피하다. 반면 수요는 여전히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이 거리를 안정적으로 잇기 위해서는 장거리 손실이 적고 제어가 가능한 HVDC가 유리하다. 기존 교류망이 '국도'라면, HVDC는 ‘전력 고속도로’에 가깝다.
경로 통제와 안정성에서도 유리하다.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크다. HVDC는 전력 흐름을 '밸브처럼' 제어해 주파수가 다른 계통을 연결하고, 사고 발생 시 영향을 차단한다. 교류망의 약점을 보완하는 장치로서 가치가 커졌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갈등 최소화’ 측면에서도 HVDC는 유리하다. 해저 케이블에서 교류는 무효전력 문제로 송전 거리가 제한된다. 반면 직류는 이런 구조적 제약이 없다.
건설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의 HVDC(고전압 직류 송전)는 이론이나 시험실 단계가 아니라, 수도권 전력 수급의 명운이 걸린 실전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당진~고덕 HVDC와 동해안~신가평 HVDC다. 이 두 사업은 단순한 송전선 건설이 아니라, 직류 송전이 한국 전력망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국가적 실증 프로젝트였다.
한국전력은 서해안 HVDC 1단계 사업(새만금~서화성)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전북 새만금변전소에서 경기도 화성의 서화성변전소까지 약 220km 구간에 500kV급 HVDC 케이블과 변환설비를 설치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선로 길이는 왕복 약 440km, 전력 용량은 약 2GW급에 달할 예정이다. 이 구간은 해저 및 육상 케이블, 변환설비를 포함하며 2030년 준공을 목표로 구체적 일정이 조정됐다.
정부는 이 사업을 ‘에너지고속도로’ 전체 구상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으며, 발주 시점을 2026년 상반기 안팎으로 앞당겨 추진 중이다. 이에 변환설비의 국산화 기술 확보도 병행해 국내 중전기 업계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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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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