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출만 생산적 금융?" 볼멘소리 나오는 은행권
파이낸셜뉴스
2026.01.11 18:32
수정 : 2026.01.11 20:32기사원문
금융당국, 만기 연장 방식 회의적
은행권은 실적 산정 불합리 토로
기업들 금리 낮은 국책은행 몰려
신규는커녕 투기 리스크 골머리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확대를 이유로 은행의 포용금융 실적에 대해 종합 평가체계를 도입하면서 은행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실적도 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기존 대출분에 대한 실적 반영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이 5년간 공급을 약속한 생산적 금융 436조원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2%(32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민성장펀드에 총 50조원이 투자되는 만큼 사실상 대부분의 생산적 금융은 전략산업과 지방기업 등에 대한 대출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역시 포용금융, 기후(녹색)금융처럼 일종의 평가·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및 주택자금 대출에 쏠린 금융권의 자금을 기업대출로 틀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른바 소비적 금융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에 은행권이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대출 상품의 이름만 바꿔 다시 빌려주거나 만기 연장 하는 방식이라면 곤란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지만 기존 대출을 생산적 금융 실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5년 내 436조원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시중은행은 한국산업은행이나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비해 조달금리가 약 1%p 높아 그만큼 대출금리도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국책은행의 저금리 자금을 먼저 쓴 다음 부족한 자금을 시중은행에서 메우는 방식이다. 수출 경기도 일부 산업에 쏠려 있어 돈을 쓰겠다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7097억달러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 커졌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생산적 금융으로 은행권에서 공급된 자금이 기업의 부동산 매입에 활용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비투자나 공장 부지 마련을 들어가는 자금을 은행이 온전히 공급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경영 차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결국 기업 오너의 자금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될 때 오너도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나"면서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 대외 변수, 기술 여건 극복 등 부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