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恣意가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26.01.22 18:23
수정 : 2026.01.22 19:46기사원문
하나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동네 가게에 물건을 사러 왔다. 가게 주인은 값을 부풀려 팔 수도 있지만, 정가대로 판매한다. 이 행위는 도덕적인가?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인이 물건을 정가대로 판매하게 된 이유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인은 혹시 속였다가 나중에 소문이 나 장사에 손해가 될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고, 상인으로서 누구에게나 정직해야 한다는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수도 있다. 전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욕망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도덕적 선의지(善意志)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에게 숙명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본능과 욕망에 구속되는 행동이고, 타율성의 예가 된다. 그러나 후자는 다르다. 이 경우 상인은 누구에게나 정직해야 한다고 내면에서 스스로 설정한(autos) 법칙(nomos)을 따른다. 이것은 자율성(Autonomie)의 원리를 보여주는데, 진정한 도덕성과 품위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늘 욕망과 이성의 대립을 겪어왔다. 사회가 급변할 때 이 대립은 더욱 커진다. 전통과 근대가 급속하게 교차하던 18세기 후반 유럽이 그랬다. 물질과 정신이 서로 대립하던 이 시기에 칸트가 등장했고, 그의 철학은 인간의 도덕성과 품위를 깊게 다루었다. 그는 이성이 주도하는 사회, 즉 도덕법칙을 따르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꿨다. 이성이 지향하는 최종의 관심은 도덕법칙에 따라 스스로를 규정하는 자율적 의지에 있는데, 이것은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선한 의지를 중시한다. 결과가 아니라 동기를 더 중요시한 것이다.
칸트가 제시한 첫 번째 정언명령, "그대가 따르는 원칙이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되기를 원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원칙에 따라 행동하라"라는 의미가 새삼 소중해진다. 인간의 품위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도덕의 원칙을 지켜내려는 자율적 자유 속에서 성립한다.
김길웅 성신여대 인문융합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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