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처럼 설탕 부담금?"...대통령 한마디에 소상공인·시민들 '부글부글'

파이낸셜뉴스       2026.01.29 13:42   수정 : 2026.01.29 13:41기사원문
"설탕은 기호품 아냐" 역진세 논란도 불거져
전문가 "도입 시기·방식 신중해야"



[파이낸셜뉴스]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은 어떠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되자 공식 정책 추진 여부와는 별개로 소상공인과 시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설탕세'라는 표현 자체가 물가 인상과 생계 부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설탕이 기호품이 아닌 일상적 식재료에 가깝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 논의가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X(구 트위터)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어떠냐"며 설탕 부담금 도입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 건강권 문제 및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논의 단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안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자영업자 게시판에는 즉각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경제도 힘든데 설탕세까지 거론된다" "이제 커피랑 디저트 가격 또 오를 것 같다" "믹스커피도 마음대로 못 사 먹겠다" 등의 글이 여럿 발견됐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설탕세=식비 오르는 소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히 카페와 베이커리 등 당류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가 크다. 서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31)는 "원두와 우유 값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설탕에까지 부담금이 붙으면 메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손님들 지갑은 이미 닫혀 있는데 또 가격을 올리라고 하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베이커리 업주 김모씨(55)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가격을 인상해도 별 타격이 없는 반면 동네 가게는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손님 발길이 끊긴다"며 "결국 소상공인부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바빠서 끼니를 빵이나 간단한 디저트로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설탕에 부담금을 매기면 사실상 이런 일상 소비에 대한 부담마저 가중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40)는 "아이들 당류 섭취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서민 부담을 줄일 보완책이 반드시 함께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탕 부담금이 자칫 '역진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설탕이 일부 계층의 선택적 소비 품목이 아닌 식사와 간식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재료인 만큼 가격 인상 부담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고열량을 섭취해야 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설탕세가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설탕 가격이 오르면 카페와 제과점, 식품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부담이 먼저 자영업자와 기업에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일수록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설탕 부담금이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수단이 아닌 생활비 부담을 키우는 '또 하나의 세금'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설탕 부담금 도입 시기와 방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설탕 부담금은 최종 소비자와 자영업자 등 설탕을 구입하는 다양한 소비 주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세율과 정책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에 더해 국내 소비 구조와 자영업 비중을 반영한 설계와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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