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파트너가 없다”… 고립된 김민석, 韓 대표팀이 ‘대인배’처럼 품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5 06:00   수정 : 2026.02.05 06:00기사원문
“훈련 파트너 없어 막막”… ‘나홀로’ 김민석 손 잡아준 건 결국 ‘친정’
경쟁자에게 내어준 곁… 韓 대표팀, 징계 떠난 선배까지 품은 ‘대인배의 품격’
“할 말 없다” 입 닫은 김민석… 태극전사들과 ‘기묘한 동행’



[파이낸셜뉴스] 3일 오후(현지시간), 전운이 감도는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서로의 숨소리조차 견제해야 할 올림픽 무대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우리 선수들의 대열 속에, 낯선 ‘헝가리 유니폼’ 하나가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한국 빙상의 간판에서 헝가리 귀화 선수로 돌아온 김민석(26)이었다.

사연은 기구하다. 김민석은 이번 대회 헝가리 선수단의 유일한 스피드스케이팅 출전 선수다. 팀 추월 훈련은커녕, 바람 저항을 나눠서 막아줄 훈련 파트너조차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다.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선수에게 ‘독학 훈련’은 곧 포기를 의미한다. 절박한 상황에서 그가 시선을 돌린 곳은 결국 그가 떠나온, 그리고 그에게 징계를 내렸던 ‘한국’이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외면해도 그만이었다. 음주운전 징계를 피해 국적을 바꾼 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리 만무하다. 더욱이 그는 이제 메달 색깔을 다퉈야 할 명백한 ‘경쟁자’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좁쌀’처럼 굴지 않았다. 정재원, 조승민 등 옛 동료들은 쭈뼛거리는 김민석을 기꺼이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들은 김민석을 배척하거나 투명 인간 취급하는 대신, 함께 빙판을 지치며 호흡을 맞췄다. 한국 단거리 선수들 사이에서 김민석은 물 만난 고기처럼 트랙을 질주했다.

이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경쟁자의 훈련을 도와줄 만큼 한국 빙상은 여유가 있었고,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훈련을 구분할 줄 아는 ‘대인배의 품격’을 보여줬다. 징계를 피해 떠난 선수는 외로웠고, 그 자리를 지킨 선수들은 넉넉했다. 빙판 위에서 승패보다 먼저 갈린 것은 바로 이 ‘태도’의 차이였다.



한국 동료들의 배려 속에 훈련을 마친 김민석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쓸쓸함과 비장함이 공존했다.


이제 ‘예열’은 끝났다. 한국 팀의 배려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민석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려해 준 한국 선수들을 넘어서야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 과연 한국 대표팀이 베푼 ‘호의’는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밀라노의 빙판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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