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은 아니다… 이나현, 생애 첫 올림픽서 500·1000m '동반 TOP 10'
파이낸셜뉴스
2026.02.17 21:30
수정 : 2026.02.17 21:30기사원문
생애 첫 올림픽서 500·1000m '동반 TOP 10' 위업
170cm '탈아시아급' 피지컬… 늦깎이 입문에도 초고속 성장
"밀라노는 예고편"… 경험 장착하고 2030 알프스 金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이나현(한국체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비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는 못했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세대 에이스'로서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에 유감없이 증명했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나현은 37초 8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전체 10위에 올랐다.
이로써 이나현은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주 종목인 500m와 1000m 모두 'TOP 10'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빙상계 안팎에서는 이번 이나현의 성적을 두고 "성공적인 올림픽 데뷔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나현의 성장 서사는 그 자체로 드라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업상 이유로 떠난 호주 유학 탓에 또래보다 다소 늦게 스케이트 끈을 묶었다. 그러나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170cm의 탄탄한 피지컬과 지독한 노력은 그 격차를 순식간에 지워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완성한 '탈아시아급' 피지컬에 스타트 기술과 주법을 다듬자 기록은 수직 상승했다. 2024년 1월 주니어 세계기록(37초 34)을 갈아치우며 '제2의 이상화'로 주목받았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에 오르며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이나현에게 있어 '세계 무대 검증'의 장이었다.
시니어 데뷔 후 치른 첫 올림픽, 그 중압감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체력과 스피드 지구력이 요구되는 1000m에서의 9위는 한국 여자 단거리가 취약했던 부분을 메꿔줄 확실한 희망을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주 종목 500m까지 10위권에 안착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나현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두 번의 'TOP 10'은 단순한 순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를 펼친 '담력', 그리고 두 종목 모두에서 고른 기량을 보여준 '안정감'은 4년 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경기를 마친 이나현의 시선은 이미 2030년을 향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4년 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다시 뛸 준비를 마쳤다.
이나현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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