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유가·환율 급등에 관세까지… 순항하던 韓수출 ‘암초’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8:27   수정 : 2026.03.03 18:27기사원문
원유 70.7% 중동서 수입하는 韓
유가 82弗땐 성장률 0.45%p ↓
원·달러 환율도 오르며 부담 가중
美보호무역 강화 추가관세 우려도



지난해 7000억달러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항하던 대한민국 수출이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유가·환율·관세가 동시에 기업의 채산성을 압박하는 '트리플 악재'로 번질 것으로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온 수출 훈풍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정세 악화에 대비해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축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충분하다는 설명이지만, 산업계는 "문제는 가격과 공급망"이라며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고유가 충격…성장률 0.45%p↓ 물가 0.6%p↑

3일 씨티(Citi)는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를 통해 이란발 무력충돌로 브렌트유 가격이 연평균 배럴당 82달러선까지 약 20% 상승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5%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0.6%p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누적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요국 중에 가장 심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특히 나프타 등 석유제품의 중동 의존도는 66%에 달한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경우 단순 수급 문제가 아니라 가격 급등과 운임·보험료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가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원가를 자극하며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수출 단가는 2.09% 상승하지만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물량은 2.48% 감소해 전체 수출액이 0.3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 1500원 위협…'이중 비용 충격'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면서 기업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 단가 측면에서 단기적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과 결합될 경우 실질 비용 부담은 오히려 커진다.

특히 에너지·광물·곡물 등 대부분의 핵심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구조상 고환율은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연결되는 2차 충격을 낳는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의 통상정책이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될 경우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 수단으로 추가 관세 확대나 비관세장벽 강화가 활용될 경우 이미 원가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번 충격의 파급력은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는 "단기간에 중동 정세가 안정된다면 원유 조달여건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4~5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수출 전망과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춰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석유·가스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대체공급처 확보 등 비상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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