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은 작품 많아… 지속가능·주민참여형 사업 눈길"
파이낸셜뉴스
2025.09.17 18:10
수정 : 2025.09.17 18:10기사원문
올해도 많은 지자체와 기업들이 국토디자인대전에 응모했습니다. 우리 땅을 어떻게 가꾸어왔는가를 평가받고 싶어했지만, 국토에 새롭게 얹혀진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필자 역시 지난 수십년간 여러 공간을 여러 기관과 함께 평가해왔습니다. 대개 정량과 정성이 함께하는 평가였으나, 평가 후에는 항상 '평가지표는 적절했는가' '평가과정은 공정했는가' '이러한 평가가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과 성찰의 시간을 갖곤 했습니다. 평가지표라는 것은 단순히 평가를 위한 도구이기에 앞서서 우리 국토가, 우리 도시가 지향해야 하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십, 수백개의 공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평가진의 균질성과 평가 방법, 태도 등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의 결과가 공표된 후, 그 평가지표에 맞춰서 우리 땅이 발전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이슈가 돼 버립니다. 지금도 여러 개의 도시평가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고, 각각이 갖는 위력 또한 다양하지만, 국토디자인대전이 갖는 권위가 있기에 이번 평가는 특히 엄중하게 진행됐습니다.
2025년 국토디자인대전에는 여러 좋은 작품들이 출품돼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상을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내년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정원으로 잘 알려진 도시, 순천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공간을 잘 디자인했던 것도 돋보였지만, 원래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작했던 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잘 유지·관리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마을조합을 운영하며 매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은 이곳이 공공 주도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허다하게 보아온 개관 때만 반짝하는 그런 곳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 땅의 진화 속도가 다른 만큼, 작년과 올해의 수상작품들이 다릅니다. 내년에는 또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여기는 우리 주변의 공간이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 온 국토디자인대전은 다른 '공기'들을 앞으로도 발굴할 것입니다. 우리 국토에서 보석을 채굴하고 알리는 일은 단순히 공간에 대해 평가하고 시상하는 일이 아닌, 우리 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전문가로서 성실하고 품격 있게 평가에 임해 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지난 수십년간 행사를 주최하고 후원해 주신 국토교통부와 파이낸셜뉴스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심사평-김세용 국토대전 총괄심사 위원장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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