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많은 지자체와 기업들이 국토디자인대전에 응모했습니다. 우리 땅을 어떻게 가꾸어왔는가를 평가받고 싶어했지만, 국토에 새롭게 얹혀진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2025년 국토디자인대전에는 여러 좋은 작품들이 출품돼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상을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내년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정원으로 잘 알려진 도시, 순천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공간을 잘 디자인했던 것도 돋보였지만, 원래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작했던 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잘 유지·관리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마을조합을 운영하며 매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은 이곳이 공공 주도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허다하게 보아온 개관 때만 반짝하는 그런 곳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숲을 제공하고 이를 힐링 공간으로 조성했던 서울시 노원구도 큰 상을 받았습니다. 시민 누구나 숲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무장애 숲길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식당 운영 등이 돋보였습니다. 복잡다단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휴양으로 치유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는 것은 기억할 만한 사업입니다. 하천 관리에 단기·중기·장기 단계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시민이 우선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청주시의 시도도 좋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변화 가능한 공간인 미디어파사드를 조성하고, 정원을 조성해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여러 지자체들이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 땅의 진화 속도가 다른 만큼, 작년과 올해의 수상작품들이 다릅니다. 내년에는 또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여기는 우리 주변의 공간이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 온 국토디자인대전은 다른 '공기'들을 앞으로도 발굴할 것입니다. 우리 국토에서 보석을 채굴하고 알리는 일은 단순히 공간에 대해 평가하고 시상하는 일이 아닌, 우리 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전문가로서 성실하고 품격 있게 평가에 임해 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지난 수십년간 행사를 주최하고 후원해 주신 국토교통부와 파이낸셜뉴스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심사평-김세용 국토대전 총괄심사 위원장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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