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서 바퀴벌레 나와 민원 넣었더니... 양평군 의장 "내 단골집, 일 키우지 말고 사과해라"
파이낸셜뉴스
2025.09.19 15:05
수정 : 2025.09.19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달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사건과 관련해 군의회 의장이 직접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바퀴벌레 나온 식당에 '인당 20만원씩 100만원 보상' 요구한 민원인
이에 항의하자 식당 측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냐. 미안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다음 날 사장이 재차 연락을 걸어와 "채소에서 바퀴벌레가 종종 나온다", "한번 와라. 직원들 다 같이 오면 내가 대접하겠다"며 음식값을 전액 환불해줬다.
하지만 A씨는 식당 측의 안일한 대처에 경각심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번 머리카락이 나왔을 때도 우린 환불을 안 받았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넘어갈 수 없다"며 사장에게 인당 20만원씩 총 10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이에 식당 측은 "100만원은 힘들다. 신고하고 싶으시면 하라"고 거절했다. 결국 A씨는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국민신문고에 신고하자, 군의회 의장이 전화 "식당 어머님이 억울해 한다"
일이 커지자 식당 측은 "50만원에 합의하자"며 연락해왔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고 며칠 뒤 만나서 합의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며칠 뒤 A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이었다.
황 의장은 "민원이 들어온 게 있어서 전화했다. (식당) 어머님이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게 있어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담당 부서가 있지 않냐.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의원이 직접 전화하는 게 맞냐. 직권 남용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황 의장은 "그럼 전화 드리면 안 되는 거냐. 왜 직권 남용을 이야기하냐. 저는 군 의원이고 군민의 대표로서 전화 한 거다. 군민들이 저를 뽑아줬으니 저는 대의 기관"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통화 내내 의장이 협박하듯 위압적으로 말했다. 나도 양평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군민인데 군의원에게 이런 연락을 받으니 불이익을 받을까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황 의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로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드리세요"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민원을 넣은 제가 왜 사과해야 하냐. 이런 문자를 받으니 손 떨리게 무섭다. 이런 일로 군의장의 외압이 있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황 의장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해당 식당 단골손님이었으며 사장이 하소연해서 연락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의장이 전화, 위력 느꼈다"는 민원인, 경찰에 고발 계획
이후 A씨와 식당 측이 합의하는 과정에 개입해 위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황 의장은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상공인이 어려운 와중에 진위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 환불까지 받은 것으로 들었다.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식당은 관할 보건소에서 위생점검을 한 결과 과태료 처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식당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을 생각은 없다면서도 "황 의장은 사적 친분으로 합의에 개입했으니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거 6·1지방선거 당시 양평군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황 의장은 선거운동 기간 양평읍 인근에서 술을 마신 후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또 2014년 5월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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