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치킨보다 빨리 배달되는 세상…옛날이 그립다"

파이낸셜뉴스       2025.09.24 15:40   수정 : 2025.09.24 15:39기사원문
김영민 서초서 마약수사전담팀 경감 인터뷰
마약·피싱범죄 수사 우수자…경감 특진
서초서, 마약수사전담팀 실적 1위
"마약 범죄 근절하고 싶어"

[파이낸셜뉴스] 흰 도화지, 사진, 이름, 역할, 나이, 검거 날짜.

서울 서초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 사무실의 벽 한쪽에는 검거된 마약 조직들의 조직도가 붙어 있다. 최근 전국 마약수사전담팀 중 최우수 실적을 달성해 특진한 김영민 경감이 팀원과 만든 것이다. 마약 범죄는 투약자→수거책→유통책→중간 유통책→운반책→총책 등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다.

김 경감은 "고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식으로 수사한다"고 24일 설명했다.

2009년 입직한 김 경감은 2012년부터 서초서에서 근무했다. 지난 1일 '마약·피싱범죄 수사 공적 우수자'로 뽑혀 경위에서 경감으로 일계급 특진했다. 해외 마약류 밀수입 유통조직 등 마약사범 85명을 검거한 점, 그 과정에서 마약류 15㎏을 압수해 국내 유통을 사전에 막은 노력을 인정받았다.

김 경감이 몸담은 서초서 마약수사전담팀은 지난 2023년 신설됐다. 팀장 1명을 포함해 팀원 총 5명으로 구성돼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전국 마약수사전담팀 가운데 실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껏 4명이 특진했다.

김 경감이 꼽는 서초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의 무기는 '끈기'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현금과 대포폰을 사용했던 '드랍퍼'(마약류를 수거해 지시 장소에 재은닉하는 전달책)를 한 달 동안 추적한 끝에 검거한 적도 있다. 주말에 쉬지 않고 근무하는 것은 일상이라고 했다. 마약 범죄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해 자칫 쉬었다가 결정적인 증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 김 경감의 동선이 기록된 구글 지도 타임라인 3개월 치를 살펴보니 집에만 있었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김 경감은 "단서를 놓치면 검거는 어렵다"며 "수사를 빨리빨리, 빠릿빠릿하게 해야 하니 하루라도 쉴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경감은 마약 거래가 해외에서 저가로 들여와 국내에서 고가로 유통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마약을 제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 반입된 마약이 국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예컨대 필로폰 1㎏은 동남아시아에서 1000만원이 좀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지만, 국내 도매상에게는 1억원에 팔린다.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치며 실제 구매자에게는 거의 100배에 가까운 가격을 물기도 한다. 국내에서 필로폰은 1g당 100만원가량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필로폰 1회 투약분이 0.03~0.05g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필로폰 1g은 20~33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 유통으로 '한 탕'을 노리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김 경감은 "마약류 반입책 중에는 고액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가담한 미성년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마약 범죄를 근절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경감은 "5~6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에서나 나왔던 마약을 이제는 10분이면 구할 수 있다"며 "치킨도 배달시키면 도착하기까지 30분 넘게 걸리는데 마약이 치킨보다 빨리 배달되는 세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약 분야만큼은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