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G20 정상회의, 포용적 다자 플랫폼의 종언인가?
파이낸셜뉴스
2025.11.26 06:30
수정 : 2025.11.26 06:30기사원문
다자외교 무대는 크게 그 참가국 수를 고려 소(小)다자, 중(中)다자, 대(大)다자로 구분할 수 있다. 소다자는 한미일 협력 플랫폼, 한중일 협력 플랫폼 등을 들 수 있고, 대다자의 대표 성격 플랫폼으로 유엔총회를 들 수 있다. 한편 다자외교 무대는 유사입장국 여부에 따라서 ‘배타적’ 플랫폼과 ‘포용적’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배타적 플랫폼은 동맹국,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을 중심으로 참여하는 무대로 G7 정상회의, 오커스(AUKUS), 한미일 협력, 스쿼드(Squad)가 대표적이다. 포용적 플랫폼은 유사입장국과 비유사입장국이 함께 참가하는 무대로서 대표적으로 G20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을 들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전자와 후자의 플랫폼이 모두 필요하다. 전자는 안보 달성과 현 규칙기반질서에 유지에 그 기능이 담대하고, 후자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범인류적 글로벌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는 플랫폼의 포용성 기능이 닫히고 있는 현 국제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 되었다. 미국은 남아공이 G20 회원국 자격도 되지 않는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공표한 상태였고, 중국과 러시아 정상도 참가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에 있는 주요국의 정상이 모두 불참한 채 끝났다. G20은 탈냉전기 국제정치에서 데탕트 분위기가 고조되고 세계화 담론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아시아금융위기라는 공동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1999년 출범한 후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또 다리 위기가 부상하면서 정상급 회의로 진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일거에 참가하지 않는 등 ‘진화’가 아닌 ‘퇴화’의 모습이 나타났다. G20은 포용적 플랫폼의 주력 주자이기에 ‘포용 플랫폼’의 종언이 시작되는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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