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 무대는 크게 그 참가국 수를 고려 소(小)다자, 중(中)다자, 대(大)다자로 구분할 수 있다. 소다자는 한미일 협력 플랫폼, 한중일 협력 플랫폼 등을 들 수 있고, 대다자의 대표 성격 플랫폼으로 유엔총회를 들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전자와 후자의 플랫폼이 모두 필요하다. 전자는 안보 달성과 현 규칙기반질서에 유지에 그 기능이 담대하고, 후자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범인류적 글로벌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는 플랫폼의 포용성 기능이 닫히고 있는 현 국제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 되었다. 미국은 남아공이 G20 회원국 자격도 되지 않는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공표한 상태였고, 중국과 러시아 정상도 참가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에 있는 주요국의 정상이 모두 불참한 채 끝났다. G20은 탈냉전기 국제정치에서 데탕트 분위기가 고조되고 세계화 담론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아시아금융위기라는 공동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1999년 출범한 후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또 다리 위기가 부상하면서 정상급 회의로 진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일거에 참가하지 않는 등 ‘진화’가 아닌 ‘퇴화’의 모습이 나타났다. G20은 포용적 플랫폼의 주력 주자이기에 ‘포용 플랫폼’의 종언이 시작되는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포용적 다자외교 플랫폼 살려내기를 위해서 이번 G20 정상회의의 한계를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국제적 긴장 및 도전 요소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포용 플랫폼’의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과도기 상황에서 ‘포용 플랫폼’이 제한적으로나마 대체 역할을 해줄 수 있고, 나아가 외교적 소통을 통해서 오판을 방지함으로써 국제안보에도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교착을 풀어내기 위해서 다음 의장국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2026년 의장국은 미국이기에 G20이 포용 플랫폼으로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환경이다. 2027년 의장국인 영국도 러시아 공세 등 지정학적 긴장 지속으로 이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것이 2028년 의장국 한국이 주목되는 이유일 것이다. G20 정상회의의 포용 플랫폼 정상화라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국은 한반도와 지역을 넘어 국제무대로 외교적 확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병행하여 안보외교와 포용외교에 기반한 투트랙 외교전략의 인프라를 단단하게 구축한다면 2028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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