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진동까지 컨트롤... 한화시스템, 이래서 'K-방산의 두뇌'

파이낸셜뉴스       2025.12.15 12:00   수정 : 2025.12.15 15:17기사원문



미세한 기울기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전자광학 제품 제조 현장, 하얀 가운에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한 연구원들이 바쁘게 제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반도체와 신약 공장 연구소를 떠오르게 하는 현장은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제조동 1층에 위치한 '무진동 청정실'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2일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클린룸(4959㎡)을 갖춘 구미 신사업장을 공개했다.

방산업체하면 떠오르는 전투기나 전차, 함정 등의 실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K-방산 대표 수출품인 K2 전차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눈' 역할을 전차 조준경, 전투기 전자광학장비 등이 클린룸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에 2800억원을 투자한 구미사업장은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 전투체계를 만드는 '연구동' △한화시스템만의 전투체계를 통합시험할 수 있는 '개발시험동' △항공용 고밀도 전자광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동' △다양한 장비의 유지·정비·보수를 책임지는 'MRO동'을 갖췄다. 규모도 기존 사업장의 2배인 축구장 12배 규모(8만9000㎡)로 늘려 연구개발(R&D)부터 생산·테스트·수출 기능을 한 곳에 집약한 통합형 체계를 구축했다.

신사업장이 자랑하는 무진동 청정실은 진동은 거의 없고, 청정도는 1만 클래스 이하로 유지된다. 이는 1세제곱피트 공간에서 0.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먼지 입자가 1만개 이하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머리카락이 100㎛, 안개 입자가 1㎛ 수준이다.

먼지와 이물질, 진동까지 컨트롤하는 이 곳에선 KF-21을 비롯해 소장 무형헬기, 중고도 무인기에 탑재되는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가 생산된다. K-방산의 눈 역할을 하는 렌즈가 알맞은 위치에 정교하게 정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어 찾은 자재관리실은 소규모 다 품종 제품을 생산하며 '가내수공업'으로 불리는 방산업의 인식을 과감히 깨뜨렸다. 70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 2만여종의 원자재와 첨단 방산장비 관리를 위한 첨단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기존 사업장 대비 규모를 2배 확장하면서 연구개발(R&D)부터 생산·테스트·수출 기능이 한 곳에 집약된 통합형 체계를 구축했다"라며 "국내 방산 업계 최대 규모인 1500평 규모의 클린룸을 갖췄고, 물류운반용 자율이동로봇(AMR)과 자동화 창고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구미사업장 제조동이 K-방산의 '눈'을 맡는다면 연구동과 개발시험동은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개발하는 전투체계(CMS)란 함정에 탑재되는 다양한 센서, 무장, 기타 통신·지휘체계를 통합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한다.

특히 개발시험동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전투체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시험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구원들은 한화시스템 해양연구소가 지난 40여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가상 전투 상황을 직접 수행하고 결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구미 신사업장 건설로 늘어나는 수출 물량의 적기 납품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물리적인 생산 공간과 설비 용량을 기존 대비 30~40% 이상 확장했고, 면적 확대를 넘어 제조 공정 효율화로 단위 시간당 생산량도 극대화 했다"며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대형 수주 물량을 다발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내년 초 송수신 모듈 자동화 조립 라인과 통합 검사 시스템이 구축되면 고객이 원하는 납기를 완벽하게 준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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