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단 단속에도 조직 더 증가
[파이낸셜뉴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캄보디아 정부의 온라인 사기단 단속이 실효성 없었으며 범죄조직들은 단속을 피하면서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캄보디아 기자협회보는 앰네스티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단속 과정에서 수많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제대로 식별되지 못한 채 방치됐으며, 범죄 네트워크는 단속을 피해 도주하고 생존자들은 성폭력을 포함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은 캄보디아의 수십억달러 규모 온라인 사기 산업이 인신매매나 강요에 의해 동원된 수십만명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범죄 집단의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 노예, 고문 등과 연계된 캄보디아 내 사기단 사업장이 1년전 보다 33곳이 더 증가한 총 86곳으로 확인됐다.
이 중 당국의 개입이 확인된 곳은 24곳에 불과했으며, 7곳에서는 피해자들의 집단 탈출이나 석방이 이루어졌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5년 7월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250개 이상의 사기 단체를 소탕하고 91개의 카지노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사기 단체와 연루된 외국인 24만명이 '자발적'으로 출국했으며, 1만3000여명이 추방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중 인신매매나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국에서 캄보디아 내 사기 조직으로 인신매매된 생존자 73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과 범죄 집단 간의 명백한 유착 정황이 포착됐다. 사기단 본거지들이 당국의 단속을 미리 피해 갈 수 있었던 배경에 이들의 공모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중 단 한 명도 당국으로부터 인신매매 피해 여부를 확인받거나 공식 피해자로 분류되지 못하고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받거나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몬세 페레르 국제 앰네스티 지역 공동국장은 "캄보디아 정부는 사기단 단속 성과를 철저하게 언론 플레이용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나 체포라는 헤드라인 뒤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노예제, 고문, 강간에 노출되었던 생존자들이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생존자들은 프레이벵 주의 한 사기 조직 사업장에 경찰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경찰의 방문 목적이 단속이 아니라 "시신을 수습하고 사기단 관리자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었다고 폭로했다. 앰네스티는 해당 사업장에 대해 당국이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측은 제한적인 투명성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캄보디아 정부가 제시한 수치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번 단속의 실효성과 생생자 보호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페레르 국장은 "사기단에서 풀려난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노숙자 신세가 되거나 과밀한 이민자 구금 시설에 갇혀 있으며, 일부는 경찰의 금품 갈아와 협박, 자국 대사관의 지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에 캄보디아 당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차이 킴 쿠엔 캄보디아 경찰 대변인은 당국이 사기단 단속 과정에서 피해자를 조사하고 식별하는 표준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사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으며, 식별 과정 동안 숙식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 대변인은 "우리는 모두 신원 확인 조사를 거쳤으며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워낙 인원이 많고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어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을 수는 있으나 법적 절차를 위반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 펜 보나 역시 당국이 온라인 사기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두둔했다. 그는 훈마넷 총리와 훈센 상원의장이 전 부처에 사기 범죄를 뿌리 뽑으라는 지시를 거듭 내렸음을 상기시켰다.
펜 보나 대변인은 앰네스티를 겨냥해 "캄보디아의 이번 조치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특정 단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