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고령자 이해 50년의 업력, 그들은 하늘의 명을 깨달았을까
[파이낸셜뉴스] 지천명(知天命). 50세에 이르면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와 나에게 주어진 본분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초고령 세상의 이치와, 이를 살아가는 개인, 기업, 정부 각자의 본분은 무엇일까?
'노년학(Gerontology)'은 인간 노화의 생물학적, 인지적,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을 다학제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세계 최초 노년학 박사를 배출한 USC 노년학 대학은 2025년에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년학 전문 연구교육 기관이다.
작년에 이곳에서 '고령친화 주거환경 개선' 전문과정을 공부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온라인으로 지구 반대편 강의를 들었다. 북미의 건축가,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옴부즈맨 등 23명이 동기였다. 노년학 연구 반세기의 통찰력이 가득한 커리큘럼은 놀라웠다. 안전바 설치와 같은, 단순한 노인 집수리 팁만이 아니었다.
고령 소비자의 위험 요소, 고령자와의 소통 기술, 전문가로서 고령 고객을 상대할 때의 윤리적 쟁점과 의사결정 기준, 고령 약자의 주택개조 자금 마련을 돕는 민관 금융지원 연계, 지역내 마을 공동체 협력 등의 사례와 실행안들이 더없이 잘 축적되어 있었다. 고령자의 니즈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다학제적 구성이 돋보였다.
2023년 9월에 개최 50주년을 맞이했는데, 특별한 표창 수여식이 있었다. 제1회 H.C.R.부터 50년 연속 출전한, 어빌리티즈 케어넷㈜의 이토 히로야스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 유수의 고령자 복지 제품 서비스 기업가이자, 장애인 차별금지 시민운동과 법 제정에 평생을 헌신한 '어른'이다. 소아마비로 하체가 불편한 팔순의 이토 회장님은 전동 휠체어와 지팡이를 번갈아 사용하며, 지금도 사흘내내 부지런히 박람회 현장을 누비신다. 먼 발치에서 뒷모습을 뵐 때면 울컥한다.
매년 이 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 '고령자와 장애인이 주인'인 행사라는 점이다. 기업인과 제품 잔치가 아니다. 내 고민을 해결해주는, 내게 맞는 제품을 직접 찾으려는 후기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 고객들이 현장에 가득하다. 수십년간 고령자의 불편과 니즈에 몰두한 전문기업들이 이들을 살뜰히 대한다. 약자인 고객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몸소 체험하기 쉽도록, 전시공간이 널찍하고 바닥에 단차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와 기업인들이 지금껏 존경하는 고(故) 루 거스너 IBM 회장. 1993년 취임 당시 공룡의 몰락에 비유되던 IBM의 위기를 극복해낸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고객이 필요로 할 것에 끊임없이 집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고객에 집중하니, 혁신의 길이 보였고, 매출과 수익은 따라왔다. 초고령사회 시장 기회에 뛰어든 대한민국 기업들도 시니어 고객 요구의 본질을 이해하는 노력을 50년 넘게, 하늘의 뜻을 깨달을 때까지 고집해가길 기대해본다.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