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농·어촌 행복 기준/최형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파이낸셜뉴스

최근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공기 좋고 물 맑은 농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도시민 중 56.3%가 농어촌으로 이주하길 희망한다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도 있다. 농어촌에서 도시로 인력이 대폭 이동했던 산업화 시대의 인구 흐름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인구 감소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해 온 농어촌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다.

농어촌은 자연환경 속에서 참살이(웰빙)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분명하다. 하지만 도시에 비해 농어촌의 삶은 아직도 불편한 점이 많다. 농어촌의 상수도 보급률은 59.5%로 도시(98.7%)보다 낮다.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농어촌 시·군·구는 28개나 된다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농어촌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도 90년대 중반 농촌의 붕괴 위기를 겪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산물도 시장에서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광우병(BSE)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농촌지역은 이동이 통제되고 고립되어 산업이 위축되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농어촌서비스 기준’과 정부 정책의 농어촌 영향을 평가·보완하는 ‘Rural Proofing 제도’를 도입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도시 집중 문제와 농촌 인구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농어촌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한 부처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12월 17일 농어촌과 관계된 모든 부처가 합동으로 ‘제2차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복지·의료·교육·기초생활 인프라 등 분야별 추진 과제와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계획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두 가지 기본 제도의 도입에 있다. 영국에서 이미 도입해 성과를 본 ‘농어촌서비스기준’과 ‘농어촌영향관리 가이드라인’이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은 8개 분야 30개 항목의 공공서비스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가령 ‘면 지역 상수도 보급률을 75% 이상으로 높이고’ ‘마을별로 월 1회 이상 보건소 전문인력의 순회방문을 받는다’ 등이다. 농어촌영향관리 가이드라인은 정책 입안단계부터 농어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불리하거나 차별적인 영향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주민이 분산되어 거주하고 접근이 불리한 농어촌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일방적인 ‘도시 따라잡기’보다는 ‘농촌다움’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논밭 한가운데 지어져서는 곤란하다. 농촌다움, 생태문화자원, 지속가능성 등 농어촌이 가진 특성을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가령 농어촌의 자연친화적 환경과 첨단 e-러닝 시스템을 접목시켜 우수한 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산어촌 전원학교’를 2011년까지 110개 육성할 계획이다. 도시의 학생들이 농촌으로 공부하러 가는 농어촌 유학시대도 기대할 수 있다.

세번째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추진 방식이다. 각 마을 혹은 지역마다 여건도, 자원도 다르다.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원이나 개별 사업별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 지자체에 예산과 권한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활동할 지역개발 핵심리더 1만명을 육성하고 지역개발 우수 컨설팅 기관 인증제를 도입해 우수한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군별로 지역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마을대표, 민간단체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우리 농어촌 정책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번 기본계획이 실행되면 농어업인의 삶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농어촌은 자연경관이 잘 보전되고 주택·의료·교통·복지 등 기초 생활 여건이 잘 갖춰진 쾌적한 전원생활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지역 부존자원을 활용한 가공산업, 관광·휴양산업으로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행복한 농어촌 건설을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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